칠레산 농축산물 '밀물'…농가 비상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41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국내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농민단체 및 농업전문가 등에 따르면 농림부는 이날 최종 협상안을 마련해 농민단체 등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추진관련 협의회’를 가졌다. 한국과 칠레정부는 다음달 초 열리는 5차 협상에서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목표로 부문별 최종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10년 안에 모든 관세를 철폐할 방침이며 농업부문도 예외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정이 체결될 경우 공산품 수출은 유리해지지만 값싸고 질이 좋아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칠레 농축산물의 수입으로 국내 농축산물 농가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단체협의회 등 농민단체들은 협상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민감한 일부 농산물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협상 이후로 협상을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림부가 마련한 관세양허안은 배추 토마토 냉장닭고기 버섯 등에 대해서는 5년 안에, 키위 돼지고기 냉동마늘 견과류 등에 대해서는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한다는 것이다. 쇠고기 사과 배에 대해서는 WTO 뉴라운드 이후로 협상을 미루고 포도와 복숭아는 계절관세를 매기도록 하고 있다. 모두 1432개 품목 중 222개(15.5%)는 즉시 관세를 철폐하고 539개(37.7%)는 5년 안에, 나머지는 10년 후나 WTO 농산물협상 이후로 협상을 미루도록 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관련 한국측 농축산물 관세양허안▼

구분 품목수 주요 품목
즉시 관세철폐 222(15.5%) 가축사료
5년내 철폐 539(37.7%) 화훼 배추 토마토 냉장닭고기 칠면조 페이스트 포도주
10년내 철폐 293(20.5%) 키위 당근 감 밤 과실쥬스 건포도 냉동닭고기 돼지고기 냉동마늘
5년내 50%감축 22(1.5%) 냉동채소
10년내 50%감축 65(4.5%) 버섯류
계절관세나 할당관세(TRQ) 65(4.5%) 포도 복숭아(이상 계절관세) 분유 꿀 마늘 양파 단옥수수 대추 감귤 오렌지(이상TRQ)
WTO농산물협상 이후 협상 207(14.5%) 쇠고기 사과 배
제외 19(1.3%)
1432 -

칠레는 세계 3위의 농산물 수출국가로 특히 포도 사과 배 키위 복숭아 등 국내 농가들이 생산하는 과일들을 주요 수출 품목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연간 2400t의 포도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중 95%가 칠레산이다. 칠레산 포도는 47%의 관세를 매겨 생산원가가 ㎏당 2300원(99년)이지만 무관세로 할 경우 1600원으로 낮아진다. 사과도 해상운임비 등을 포함해도 원가가 ㎏당 1053원에 불과해 출하가격은 1211원 정도라는 것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반면 한국산 사과(후지 중품)의 평균 가격은 1927원으로 칠레산보다 716원이나 비싸다.

또한 칠레산 축산물이 무관세로 수입되면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도 가격이 19∼2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석 WTO협상 국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단국대 교수)은 “유럽연합과 멕시코, 캐나다와 칠레, 일본과 칠레 등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 중인 다른 나라들도 주요 관심 품목에 대해서는 협상에서 제외하거나 WTO 협상 이후로 미루고 있다”며 “과실류 20가지와 축산물 등 30여가지의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협상을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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