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앞길 여전히 안개속

  • 입력 2000년 12월 24일 18시 29분


대우자동차 문제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대우그룹의 부도와 그 뒤처리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벗어나려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은 가장 큰 현안이었다. 지금도 대우문제는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우문제의 핵심인 대우차가 안개 속에 빠져 있는 탓이다.

대우차 문제는 단순히 자동차 회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자동차산업은 철강 고무 화학 전자 유리 합성수지 기계공업 판매정비 등 수많은 산업과 연관돼 있다. 대우차(1만9000명)와 협력업체(1차만 14만명)에 고용된 인력만 적게 잡아도 46만명. 4인가족 기준으로 본다면 대우차로 직접 타격을 받는 인구가 무려 180만명이다. 또 자동차 산업의 생산유발효과(계수 2.93)를 놓고 보면 대우차로 인한 산업계의 타격은 심각하다. 정부는 대우그룹 워크아웃을 결정한 지난해 8월부터 대우차의 길을 해외매각 쪽으로 잡았다. 그러나 포드가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제너럴모터스(GM)와 매각협상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최종 타결여부는 미지수다.

▽구조조정 진행 중〓대우차는 최근 노조에 인력 5374명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 방안을 통보했다. 구조조정 뼈대는 내년에 재료비를 5%, 경상비용을 10% 줄이는 한편 투자 및 개발비도 41% 축소한다는 내용. 또 내수 판매가격은 2.6%, 수출가격은 2%, 정비부품 가격은 3% 각각 올리고 해외법인도 축소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절감할 자금은 모두 9973억원.

대우차가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대우차의 평균 생산원가는 1170만원인데 반해 판매가가 1000만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 차를 한 대 팔면 15% 가량 손해보는 셈이다. 이렇게 된 원인도 뚜렷하다. 대우차는 자체 엔진기술이 없어 GM홀덴으로부터 사와야 하기 때문에 엔진비용만 현대보다 평균 150만원이 더 든다. 대우차 고위 관계자는 “세계의 주요 차 메이커의 재료비 비중은 70%, 현대차는 72∼73%인데 반해 대우차는 77∼78%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이 분리돼있고 판매법인이 상장돼있는 것도 대우차의 손실을 부추긴 요인이다. 한 대우차 관계자는 “어미(대우차)가 자식들(대우자판, 대우캐피탈) 먹여살리느라 노쇠해진 꼴”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해외법인에 너무 많은 자본을 투자한 뒤 현재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이 모든 결과로 대우차는 금융권에서만 11조6000억원의 빚(6월말 현재)을 지게 됐다. 부채(18조2267억원)가 자산(17조7835억원)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 이종대(李鍾大)대우차 회장은 내년 1월말까지 그동안 추진한 구조조정의 성과를 조금이나마 보여야 한다. 그 즈음 법원이 최종 법정관리 인가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차 노조가 구조조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파업 및 정리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법인 어떻게〓일단 정부와 채권단은 35개에 달하는 대우차 해외법인을 GM에 최대한 판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피아트와 제휴한 GM은 이미 유럽 및 아시아지역 생산 및 판매망을 확보해 대우차의 해외법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상태. 이종대 회장은 이와 관련, “최대한 팔 것은 팔고 나머지는 현대차에든 어디에든 분리해서 팔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차가 해외법인에 투자한 자금은 폴란드FSO에 5억9000만달러 등 12개 생산법인에 적게는 650만달러에서 많게는 5억∼6억달러까지 쏟아부었다. 이 자금이 제대로 회수될지는 미지수. 대우차는 합작법인을 만들 때 현지 정부로부터 관세면제 등의 특혜를 대가로 고용 및 투자에 관한 의무조항에 합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여차할 경우 해외법인 문제는 국가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GM인수 가능성과 실익은〓GM은 10월말까지 일괄실사를 끝낸 뒤 대우차의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GM의 아시아전략에서 대우차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상태. 리처드 왜거너 GM 사장은 얼마 전 북미지역 공장에 대해서는 생산량을 감축하고 인력을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대우차에 관심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완료되는 내년 1∼2월이 될 때까지 GM이 움직일 가능성은 적다. GM으로서는 해직자 퇴직금 문제를 자신들이 떠안을 생각이 없는 데다 구조조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을 필요도 없다고 보기 때문.

GM이 대우차 인수에 나서더라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일부에서 공기업화로 회생시킨 뒤 추후 매각을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대우차 해결의 주된 원칙은 △국민의 부담이 최소화돼야 하며 △국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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