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개혁 더 늦출순 없다]민영화 난제 노사대화로 풀었다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5분


어렵게만 보이는 공기업 구조조정이지만 ‘성공사례’도 적잖다. 이들 공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공기업 개혁의 ‘해법’이 어느 정도 보인다.

작년 12월 마사회 자회사에서 독립해 민영화된 경마진흥㈜은 공기업 구조조정의 최대 난제인 노사 문제를 잘 풀어낸 경우. TV경마장의 관리를 맡고 있는 이 회사의 감사 출신인 곽경재사장은 민영화에 착수하면서 노사 화합이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방안을 찾던 곽사장은 노조를 주요회의에 참여시켰다. 노조위원장에게 ‘개발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겨 간부회의에 출석케 했다.

곽사장은 “주요 업무는 서로 흉금을 터놓고 토론하고 협의했더니 별 어려움 없이 풀려나갔다”고 말했다.

곽사장도 가급적 일자리 마련에 신경을 써줌으로써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남해화학은 민영화 이후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비료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가 한국종합화학공업의 자회사에서 민영화된 것은 98년 10월. 민영화 이후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 결과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지고 순이익은 대폭 늘어났다. 97년에 부채비율 92%, 당기순이익 34억원이던 것이 99년에는 부채비율 55%, 당기순이익 505억원으로 회사가 견실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발빠르게 적응해 비료 및 해외의존도가 높은 정밀화학 제품 사업을 확대한 것이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가 공기업 구조조정 모범사례로 꼽은 모 공단은 구조조정을 신속히 진행함으로써 성공한 케이스. 99년 3월 공공부문 개혁과제의 하나인 퇴직금 누진제를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없앴다. 인력도 총정원 553명의 24%인 132명을 줄였다.

그러나 이 공기업은 요즘 이 같은 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 회사 노조가 “당시 노조 집행부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해 불필요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공기업 개혁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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