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체 "길거리 음식서 배운다"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43분


‘길거리 음식을 베껴라.’

식품업계가 거리에서 잘 팔리는 음식 따라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길거리 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이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히거나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따라 수요가 급변하는 식품시장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신제품의 컨셉트를 세우기 시작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 3년이 걸리는 데 비해 ‘길거리 음식’들은 특유의 기민함으로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선두주자는 비수기인 겨울철을 맞아 치열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빙과업체들. 겨울철 빙과의 대명사로 이미 자리를 굳힌 빙그레의 ‘붕어 싸만코’는 따끈한 붕어빵에서 힌트를 얻은 제품이다. 지난해에는 이대앞, 강남역 부근의 좌판들이 ‘붕어빵의 내용물은 팥’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초콜릿맛, 딸기맛 붕어빵을 내놓자 빙그레도 ‘초코 싸만코’를 내놓으며 거리의 추세를 쫓았다.

해태제과는 최근 겨울철 길거리 식품 중 하나인 호떡을 응용한 빙과 ‘꿀호떡’을 내놨다. 호떡의 달콤한 흑설탕맛을 아이스크림으로 재현한 것. 롯데제과의 ‘군고구마’ ‘찰떡 아이스’, 롯데삼강의 ‘국화빵’도 겨울철 주전부리를 상품화한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최근 오뚜기가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치고 있는 매운맛 라면 ‘빨개면’도 서울 명동 뒷골목의 유명한 라면집 ‘틈새’의 메뉴에서 힌트를 얻은 것. 이 집의 히트메뉴로 고춧가루, 계란이 듬뿍 들어 있는 ‘빨계면’이 고춧가루 양념을 면발에 가미한 라면으로 상품화된 것이다. 농심의 ‘생생 떡볶이’도 노점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떡볶이를 인스턴트화한 제품이다.

제일제당은 신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길거리 음식 닭꼬치에서 힌트를 얻어 ‘이탈리안 치킨바’를 최근 선보였다. 제일제당의 관계자는 “거리에서 이미 충분히 ‘시장성’을 검증받은 만큼 바로 상품화하더라도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어 길거리 음식은 식품업계에서 ‘숨겨진 히트상품의 산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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