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公자금 가능성 높다"…김병주 은행경영평가위원장 경고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33분


2차 기업 금융구조조정이 부진한 탓에 3차 공적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10월말까지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징후 대기업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은행의 이기주의에 의해 부실기업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은행 경영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강대 김병주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2차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볼 때 3차 공적자금이 투입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들이 잠재부실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부실화된 주거래 기업의 퇴출에 소극적이어서 독자생존이 어려운 기업들도 생존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21일 각은행에 공문을 보내 퇴출대상 대기업을 다시 선정하라며 재심을 요구한 것은 이런 지적이 기우(杞憂)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금감원의 재심 요구로 퇴출되는 대기업이 당초 20개 안팎에서 40개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대건설 동아건설 쌍용양회 등 이른바 ‘빅3’는 모두 살리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만 퇴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현재의 공적자금 투입과 기업구조조정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98년에 시행된 1차 기업구조조정 때 워크아웃에 들어간 104개 기업에 대해 은행들이 사후관리를 엄격히 해 신규자금 지원없이는 살 수 없는 기업을 정리했어야 2차 공적자금 투입을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차 구조조정에서도 잠재부실을 모두 제거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충분하게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실기업은 퇴출돼야 한다”며 “은행(경영층)의 이기주의와 정치적 요인 등에 의해 대마불사(大馬不死)론이 불식되지 못할 경우 3차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도 “기업구조조정이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 과거지향적인 양적 조정에 치중하고 있다”며 “사양산업과 부실기업을 제대로 퇴출시킬 수 없을 경우 99년에 이룬 경제성장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어려움에 다시 부닥칠 우려가 많다”고 전망했다.

한편 영국의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7월 “한국의 부실기업은 화의나 워크아웃 및 실업문제를 우려하는 정부의 입김 등으로 인해 퇴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2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김민석 민주의원 강한 비판▼

“지금까지 구조조정은 부채비율을 축소하고 일부 부실 기업과 금융기관의 퇴출에만 치중한 양적 조정에 불과했다. 시중자금이 회사채(98년), 코스닥주식(99∼2000년 상반기), 우량은행 예금으로 몰려다니고 있어 금융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정책의 실패로) 자금시장이 단기화되고 주식시장은 단타매매에 치중하며 선물시장에서도 단기물이 거래되는 ‘3단(短)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집권 민주당의 김민석의원(36)이 기업 금융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정책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김의원은 24일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금융중개기능 회복을 위한 과제’라는 정책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의원은 “구조조정은 저부가가치산업에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인데 그동안은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 양적 조정에만 치우쳐 사양 부실기업이 퇴출되고 성장산업과 유망기업이 창업되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화의제도나 워크아웃 등이 저리의 협조융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기업의 부실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98년 하반기부터 너무 일찍 저금리정책으로 전환함으로써 지표상 경제가 좋아지면서 구조조정 및 개혁의지가 퇴조했다”며 “하이일드펀드나 후순위채권(CBO)펀드 등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이연함으로써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신뢰위기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시중자금이 장롱 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화폐퇴장(hoarding) 현상마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김의원은 “금융시스템의 안정 없는 경제성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며 “기업이 시장원리에 따라 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면 피땀 흘린 경제성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항 목1차(완료)2차(추진)
기업구조조정55개기업 퇴출, 104개기업 워크아웃(60개 조기종결·퇴출, 44개 남음), 반도체등 7개부문 빅딜, 부채비율 하락(상장·등록기업 평균 98년말 278.4%에서 99년말 147.5%로)부실징후대기업(워크아웃기업포함) 11월말까지 회생·퇴출, 대우계열 12개사 12월말까지 정리
금융구조조정은행 13개, 종금 21개 등 488개 금융기관 퇴출부실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통합, 종금 보험 신용금고 등 부실금융기관도 정리
공적자금투입64조원 조성, 110조원 투입50조원(40조원 신규조성, 10조원 회수자금)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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