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0.25%P 인상]인상폭 적어 시장반응 무덤덤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5분


금융통화위원회의 이번 콜금리 인상은 통화정책당국이 시장불안이 잠잠해진 틈을 타 그동안 미뤄온 ‘물가목표 유지’라는 숙제를 재빨리 해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9월중에 전월대비 1.5% 오르는 등 4개월 연속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불안 때문에 대응을 계속 늦출 경우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인플레 심리가 높아지고 금융시장 안정에도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 것.

다행히 최근 금융시장이 희미하지만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다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멈추면서 금리인상의 기회가 마련됐다. 또 지난달 금리인상을 막기 위해 여러 경로로 금융통화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가 비난을 받았던 재경부도 이번만은 금통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번에 금리를 소폭 인상하면서도 금융불안을 부추길까봐 노심초사했다. 이번 금리인상이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해 총 수요를 누그러뜨리는 통화긴축으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누차 강조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실제 이날 금리 인상은 시장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여서 금리는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는 등 금융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장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은 물가에 대한 통화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 채권딜러들은 “뒤늦게 폼만 잡은 콜금리 인상”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삼성투신운용의 한 채권딜러는 “콜금리 0.25%포인트 인상만으로 향후 물가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인석(辛仁錫)연구위원은 “물가를 잡기 위해 단기금리를 인상한 것은 잘한 것이지만 인상폭이 낮아 시장에 큰 시그널을 못 주는 것 같다”며 “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 콜금리 인상으로 장단기 금리격차의 해소와 단기자금화의 개선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 전철환(全哲煥)총재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한번 인상으로 물가불안을 대응할 수 있느냐”며 구조조정의 완료로 시장이 안정되는 연말이나 내년초쯤 또 한차례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을 시사했다.

▼콜금리=하루짜리 단기자금의 금리▼

은행 투신 등 금융기관끼리 하루짜리로 거래되는 단기자금의 금리. 통화정책당국은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통해 콜금리를 조절한다. 콜금리를 올리면 시간을 두고 중장기 금리 및 대출금리까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처럼 금리가 오르면 투자위축과 소비심리 감소로 인플레 억제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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