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최근 금융시장이 희미하지만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다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멈추면서 금리인상의 기회가 마련됐다. 또 지난달 금리인상을 막기 위해 여러 경로로 금융통화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가 비난을 받았던 재경부도 이번만은 금통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번에 금리를 소폭 인상하면서도 금융불안을 부추길까봐 노심초사했다. 이번 금리인상이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해 총 수요를 누그러뜨리는 통화긴축으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누차 강조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실제 이날 금리 인상은 시장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여서 금리는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는 등 금융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장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은 물가에 대한 통화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 채권딜러들은 “뒤늦게 폼만 잡은 콜금리 인상”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삼성투신운용의 한 채권딜러는 “콜금리 0.25%포인트 인상만으로 향후 물가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인석(辛仁錫)연구위원은 “물가를 잡기 위해 단기금리를 인상한 것은 잘한 것이지만 인상폭이 낮아 시장에 큰 시그널을 못 주는 것 같다”며 “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 콜금리 인상으로 장단기 금리격차의 해소와 단기자금화의 개선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 전철환(全哲煥)총재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한번 인상으로 물가불안을 대응할 수 있느냐”며 구조조정의 완료로 시장이 안정되는 연말이나 내년초쯤 또 한차례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을 시사했다.
▼콜금리=하루짜리 단기자금의 금리▼
은행 투신 등 금융기관끼리 하루짜리로 거래되는 단기자금의 금리. 통화정책당국은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통해 콜금리를 조절한다. 콜금리를 올리면 시간을 두고 중장기 금리 및 대출금리까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처럼 금리가 오르면 투자위축과 소비심리 감소로 인플레 억제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