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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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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이처럼 깊은 수렁에 빠진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침체 장세에서도 시장참가자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상승반전의 기대’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외면할 수 없는 수급불균형〓‘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침체를 설명하는 단골메뉴다. 실제로 국내 증시의 수급은 심각할 정도로 꼬여있다. 한마디로 사는 사람은 별로 없고, 파는 사람만 있는 상황이다.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은 △99년 과도한 증자(45조원)와 △투신권의 ‘주식때리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45조원의 증자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대우사태 와중에서 보여준 투신권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올들어 대대적인 주식형펀드 환매를 촉발했으며, 주가는 그때부터 기약없는 하락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99년 1000포인트 고지등정의 일등공신인 주식형펀드자금은 증시이탈을 가속화하면서 수급을 더욱 꼬이게 했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는가〓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지체되고, 현대사태가 국민경제에 충격을 준 상황에서 경기마저 둔화양상을 보이고 있다면 현재의 700선은 결코 지지선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미래에셋증권 박만순이사는 “미국이 6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을 계기로 유동성이 축소되고 전세계 경기가 둔화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둔화로 유일한 돌파구인 무역수지가 줄어들면서 국내 경기의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반해 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통신장비 등 국내 주력 수출상품의 성장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둔화 우려가 현재의 증시침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코스닥도 과잉공급이 최대악재〓코스닥지수는 1월4일 266.0에서 8월24일 107.16으로 추락했다. 이 기간중 시가총액(주식수×주가)은 103조664억원에서 53조3084억원으로 줄었다. 8개월여만에 무려 50조원이 시장에서 증발된 것으로 투자자들은 이만큼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증권전문가들은 △코스닥 거품론 △기관 및 외국인의 소극적 매매 등을 거론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과잉공급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올들어 7월말까지 178개사가 등록한데 이어 예비심사청구 대기중인 기업만도 80여개가 넘는다. 코스닥기업의 유상증자 금액은 98년 3787억원에서 99년 3조2873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신규공급물량이 쏟아져 나오니 시장은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돌파구는 언제?〓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속도가 완만하다면 우려할 정도의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미래에셋 박이사는 “국내 경제가 자생력을 갖추는 과정이 구조조정이며, 이를 통해 경쟁력이 있는 기업과 금융기관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의 엔화강세 추세가 이어지고 △유가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반도체 D램가격이 상승세를 탄다면 9∼10월경에는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마이애셋 최상무는 “기관의 매수세가 살아나야 현재의 침체장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식보다는 채권쪽에 먼저 돈이 들어와 금융경색을 해소하고 시중금리를 떨어뜨려야 주식시장에도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김두영기자>kwoon90@donga.com
▼코스닥委 "시가총액 큰 기업 주식 분산비율 완화 바람직"▼
코스닥위원회는 25일 코스닥시장의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모단계에서 총주식수의 30%를 일반투자자에게 분산하는 현행 비율을 기업의 시가총액규모가 크면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코스닥위원회 정의동(鄭義東)위원장은 이날 증권업협회를 방문한 국회 중소기업 벤처기업포럼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공급이 너무 많은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이 큰 기업에도 일률적으로 주식분산비율 30%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스닥기업의 주식분산비율은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4월 1일 이후 공모분부터 종전 20%에서 30%로 강화됐다.
코스닥위원회는 또 코스닥기업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데 유무상증자를 남발하는 것을 억제하고 가장 중요한 투자주체인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만들어 건의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밖에 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방소재 벤처기업에 대한 우선 심사 △벤처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의 평가비중 확대 △정보통신 생물공학 환경공학분야 선두기업의 성장가능성을 우선 평가하는 등의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