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재경 "채권전용 펀드 10조 추가조성…현대 자금난 징후없다"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17분


정부는 모든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현대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행정지도를 해나가기로 했다.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은 “현대의 자금위기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일시에 대출 회수가 일어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자제를 요청하겠다”라고 밝혔다. 채권전용펀드 기금 10조원 추가 신용보증재원 계획도 발표했다.

이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강도 높게 노력할 것”이라며 “현대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구설수에 올라있으나 자금사정이 악화될 징후는 보이지 않으며 현대건설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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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관은 또 “시장 참가자들이 혼자만 살기 위해 자금회수 등 무책임한 행동을 하면 시장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면서 “은행장과 제2금융권 사장은 이런 때일수록 리더십을 갖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도 “금융권이 자금을 일시적으로 회수할 경우 현대건설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현대측이 자구계획을 이행할 시간을 달라고 하는 만큼 금융기관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은 6월말 6000억원의 자구계획 외에 이달 중순 서산농장개발과 미분양아파트 활용 등을 통해 88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추가자구책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또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춘 한국기업평가에 항의단을 보내 재평가를 요구했다.

현대건설은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금액이 △은행차입금 2860억원 △기업어음(CP) 4585억원 △회사채 4980억원 △기타 3222억원 등 국내 차입금 1조5647억원과 4억4880만달러의 해외차입금을 합쳐 2조575억원에 달하지만 이중 8776억원은 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현대의 유동성 문제는 기본적으로 현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추가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은 없으며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만한 조치를 취하도록 현대측에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24일 1090억원의 은행대출과 회사채 기업어음(CP)의 만기가 도래했으나 외환은행이 260억원을 만기 연장해 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했다.

<박원재·박현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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