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對北사업 합의]정상회담 훈풍에 經協 급류

  • 입력 2000년 6월 30일 2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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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경협사업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을 다녀온 현대관계자들은 북한이 그동안의 답답할 정도로 신중하던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남북경협사업에 나서는 느낌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 사장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현대 일행과 4시간 가량 환담하면서 남북정상회담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면서 “금년 내로 남한기업들이 북한에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제반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서해안 공단 사업 급진전〓정주영(鄭周永)전 현대명예회장 일행이 이번 방북에서 거둔 최대성과는 서해안 공단사업에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김위원장은 우리측 조사단이 한 달 이내에 해주 개성 남포 신의주 등 4곳을 현지답사, 이중 한 곳을 후보지로 선정하면 북한은 받아들이기로 약속했다고 현대측은 전했다.

국내기업들은 그동안 공단 후보지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황해도 해주나 평안남도 남포를 원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남포의 경우 평양과 지나치게 가깝기 때문에 경제특구로 지정하는데 대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워 해왔다. 대신 신의주를 경제특구 후보지로 추천했으나 신의주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현대측의 판단.

북한이 입장을 바꿔 현대가 밝힌 대로 3개월 후 서해안공단 개발이 시작되면 남북경협의 새 장이 열린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의 자본 및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돼 양측이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 협력시대’로 넘어가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 및 경제지구로〓현대측 입장에서는 금강산 지구를 ‘특별경제지구’로 개발하기로 합의한 것과 금강산 관광을 대폭 확대키로 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물이다.

금강산 특별경제지구 설정 계획은 해금강에서 통천까지 직선거리로 50㎞ 이내인 지역을 관광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연구개발단지로 조성하고 무역 금융 문화 예술의 도시로 개발하는 프로젝트. 북한은 이 지역을 중국의 경제특구 수준으로 개방, 한국기업인에게 각종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할 방침.

시행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인력난을 겪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북한의 첨단인력을 이용한 연구단지가 조성되면 남북한 경제통합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실현 가능할까〓그러나 현대측의 청사진이 그대로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무엇보다 경제성 부분이다. 외국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금강산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관광단지 조성이 얼마나 수익성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불투명한 수익성으로는 현대가 기대하는 외국자본 유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로선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힘들다. 왕회장의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진되는 통천 공단 조성도 현대가 아직 대북사업을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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