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반도체 '갈증'…한국경제엔 '단비'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7분


세계 반도체시장이 최소한 향후 1∼2년간 공급부족현상을 겪을 전망이어서 삼성, 현대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체가 사상 유례없는 장기호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반도체 호황은 수출증가와 무역수지 호전, 현대그룹 경영실적 개선 등으로 이어져 경제의 안정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공급부족 1년이상 간다〓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휴대전화 MP3재생기 등 휴대용 전자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 공급부족현상이 최소한 앞으로 12개월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전략팀 정의용 이사는 “97년이후 경기불황으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세계적으로 반도체 업계가 시설투자를 줄인 여파가 현재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2∼3년간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이사는 “최근 세계적으로 PC가 고급화되고 휴대전화의 생산량이 폭증하는데다 디지털TV, 셋톱박스, 게임기 등 가전제품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도체업체의 증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올해 전년대비 48%증가한 500억달러를 시설투자에 쏟아부을 예정이지만 안정생산에는 1년 6개월이 걸린다는 것.

현대전자는 3분기에 수요가 공급을 6%이상 앞지르고 4분기에는 7%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재 6달러선인 반도체가격은 이달말 7달러, 9월중 8달러대까지 예상되고 있다.

▽24시간 가동체제에 들어갔다〓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물량은 현재 1∼2주 생산량 정도로 통상 재고물량인 3∼4주 분량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생산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5조3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썼던 삼성전자는 올해 7조원이상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현대전자 메모리부문 최수 상무는 “97, 98년 과잉생산으로 반도체 가격하락을 경험한 만큼 대규모 시설투자보다는 소규모 보완투자로 생산성 향상을 꾀해 성수기인 하반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큰 도움〓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상당한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가격은 연평균 40∼60% 떨어지는 것이 정상인데 현재 64메가D램이 6.7달러수준으로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반도체수출규모가 작년보다 23%증가한 2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예상수출액 1657억달러의 15.1%에 달하며 당초 예상치 235억달러보다 15억달러 많은 것이다. 무역수지 악화로 고민하던 한국경제에 청신호를 주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현대전자는 반도체 매출규모를 작년 3조8600억원에서 7조원대로 예상하고 있어 상당한 순익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전자의 순익은 현대그룹 경영실적의 호전으로 연결될 전망. 현대그룹 경영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때 반도체 호황이 한국경제를 지켜줄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임규진·박중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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