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침체 證市에 짐될라" 공기업민영화 '신중론' 득세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주가가 바닥인데 무리하게 정부 주식을 처분할 필요가 없다.”(공기업 관계자)

“시장상황이 비관적이지 않은 만큼 민영화 일정을 고수하겠다.”(기획예산처 박종구 국장)

최근 2년여 동안 9조3000억원의 매각수입을 정부에 가져다 준 공기업 민영화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조짐이다.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정부 및 해당 공기업 내에서 지분매각 신중론이 득세하는데 따른 것.

▼공개일정 차질 예상▼

▽재정수입 목표달성률 5.9%〓공기업 지분을 매각하면 그 대금은 정부의 재정수입과 각종 투자기관의 기타수입으로 돌아간다. 올해 민영화 관련, 재정수입 목표는 3조5135억원. 그러나 주가하락과 총선전 국가재산 헐값 매각 논쟁이 불거져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겨우 207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남아있는 각종 공기업지분 매각 목표도 벅차 보인다. 담배인삼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최근 공모가격은 각각 2만8000원과 3만3000원. 그러나 이달 8일 현재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2만원과 2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한다면 ‘국부유출’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통신의 경우 정부 지분 58.99%를 올해 안에 33.4%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역시 주가급락으로 여의치 않다. 지난해말 19만9000원까지 올랐던 한통주가는 8일 현재 8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한국중공업의 민영화 일정을 4월에서 5개월 늦췄다. 한중 관계자는 “주간증권사와 정부간 기준가격이 크게 어긋나 아예 일정을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예산처 異見▼

▽‘상황론’대 ‘원칙론’〓매각 대상 공기업 지분을 보유한 정부 부처는 “제값을 받기 위해 일정에 구애받지 말고 시장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경제부측도 ‘시기조절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알짜기업인 공기업 주식을 시장에 쏟아낼 경우 외국인 매수세를 부추겨 원화가 더욱 강세로 돌아설 위험이 있기 때문.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를 총괄하는 기획예산처측은 “민영화 일정 연기를 거론할 만큼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았다”는 입장. 메릴린치 등 외국 주간증권사에 맡긴 매각 준비작업이 순조로운 데다 하반기 주식시장 상황은 상반기보다는 개선된다는 것.

박종구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은 “늦어도 6월 중순경 포철 주식예탁증서 발행이 이뤄질 것”이라며 “공기업 민영화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