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흑자 120억달러 달성 어렵다.

  • 입력 2000년 5월 1일 13시 30분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은 현재의 경기활성화가 지속될 경우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당초 정부 전망치인 120억달러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수출입을 총괄하는 경제부처 장관이 올해 무역흑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경제 운용기조에 대한 재검토가 어떻게 이뤄질 지 주목된다.

김영호 산업부 장관은 이날 기자실에 들러 “현재 우리경제의 성장률(GDP 기준)은 잠재성장률에 비해 2-3% 가량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12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현재의 경기상황은 잠재성장률보다 높아 물가와 무역수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현재 경기여건에서 볼 때 물가보다는 무역수지에 부담이 더 큰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올해 무역수지 전망치(또는 목표치)를 수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무역수지 전망치를 달성할 것이냐 여부는 현재의 국내 경기활성화를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완화시킬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정책적 선택이 요구된다”면서 “무역흑자 120억달러를 무리하게 달성하기 위해 국내 경기를 완화시키려다가는 내년 이후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현재 같은 무역수지 흑자 축소 상황은 국내 경기활성화 속에서 설비투자가 늘고, 설비투자를 위해 자본재와 부품-소재 수입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른바 한국의 경제-산업-무역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지적이다.

만약 올해의 무역수지 목표치를 달성을 위해 설비투자와 자본재 수입을 무리하게 줄이다가는 내년 이후 성장여력 창출 등 경쟁력 여건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현재 경기활성화 속에서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있으나 실업자 구제나 주가활성화 등을 위해 경기활성화를 지속시켜야 필요성도 있다”면서 “이 문제는 향후 경제여건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통해 경제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아직까지 무역수지 전망치를 바꾸기에는 시기가 이르다”면서 “자동차를 예로 들면 상반기 중에는 설비투자가 크고 하반기에 생산과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우리 수출은 6월 이후 본격화돼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수입면에서도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설비투자가 줄어 들고 국제 고유가로 인해 급증했던 원자재 수입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면에서 다소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배석했던 김상열 무역정책심의관은 덧붙였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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