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먹은 롯데' 어찌 감당할꼬…음료시장 독과점 불보듯

  • 입력 2000년 4월 20일 21시 06분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 컨소시엄’의 해태음료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음료시장에 매머드급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20일 공정거래위의 조치는 수십년째 뿌리내려온 롯데칠성음료와 해태음료, 코카콜라의 ‘트로이카 체제’가 붕괴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측한다. 롯데칠성이 총 시장규모 2조2000억원대의 음료시장에서 절대강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

국내 청량음료시장은 롯데칠성음료가 시장의 3분의 1인 33%를 장악하고 해태음료와 한국코카콜라가 각각 25% 정도를 점유해 왔다. 롯데와 해태의 시장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58%로 시장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 과즙음료 시장은 롯데와 해태가 완전히 양분해온 상태여서 롯데의 시장점유율이 사실상 9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는 승인을 결정하면서 컨소시엄측에 롯데 출신이 임원진에 진출할 수 없으며 롯데칠성 음료 14개 품목, 해태음료 16개 품목은 가격규제 대상품목으로 묶어 앞으로 3년간 물가인상률 이상의 가격인상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롯데 호텔 명의로 컨소시엄에 참여, 1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롯데그룹이 20% 이상의 주식을 갖게 될 경우 지분 전체를 제3자에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히카리인쇄그룹(51%), 아사히맥주(20%), 미쓰이종합상사(5%), 광고대행사 덴츠(5%) 등 컨소시엄 참여 일본계 기업 속에서 유일한 국내기업 롯데가 어떤 방식으로든 경영과 영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코카콜라의 관계자는 “롯데가 ‘공룡’으로 부상한 이상 나머지 음료업계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LG생활건강의 음료사업부문을 인수한 제일제당, 쌀음료 ‘아침햇살’로 성공을 거둔 웅진식품, 곡류음료를 의욕적으로 내놓고 있는 동원식품 등 음료업계 신진세력들의 시장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한편 97년 11월 부도 이후 2년반째 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한 해태음료의 직원들은 대체로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 해태음료 고위관계자는 “이미 2, 3월 두달 동안 300명의 판매직 사원을 뽑았으며 앞으로 그동안 빠져나간 인력을 충원하는 등 적극경영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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