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 '이미지 회복' 안간힘…정보화성금 50억 쾌척

  • 입력 2000년 4월 7일 20시 03분


현대가 내분후유증을 벗어나기 위한 이미지 회복에 안감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몽헌(鄭夢憲)회장이 제시한 ‘21세기 발전전략’의 첫 후속조치로 7일 발표된 내용을 보면 각 계열사 부장급 이상 간부직원들에게 노트북을 지급, 회사 밖에서도 E메일로 전자결재를 하도록 하는 등 디지털시대에 맞추어 스피드 경영을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들어있다.

현대는 또 계열사 회의실 의자를 직급 차별 없이 통일시키고 임원이 해외출장을 나갈 때 직원들이 공항에 나가는 등의 각종 의전활동을 금지했다. 단순히 의전이나 회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의식개혁에 나선 것으로 봐달라는 게 현대측의 설명이다.

경영민주화와 관련, 현대는 사외이사 50%구성을 위해 상반기 내에 임시주총을 열기로 했고 각 계열사 홈페이지에 ‘소액주주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이 게시판에 올린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나갈 방침.

정부의 환심사기에 나선 움직임도 눈에 띈다.

현대는 7일 소외계층의 정보화교육을 돕기 위한 성금 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했다. 정부의 정보화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이 발표된 지 하루만에 나온 결정. 현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사원들의 사기진작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전 사원에게 100만원씩을 지급했다. 이미 작년에 노조와 합의한 사항이라는 게 회사측의 공식적인 설명이지만 ‘사기진작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대는 최근 자금시장에 루머에 대해서는 공식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작년에 부채비율을 대폭 축소했고 금년에 대규모 신규투자를 하는 사업도 없는데 자금사정이 나빠질 이유가 없다”며 “악성루머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어 굳이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낙 상처가 깊었던 만큼 후유증도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현대자동차의 한 직원은 “혼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정리되고 있지만 상처가 너무 커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반전되기 어렵다”며 “회사 분위기가 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원들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며 “그룹측에서도 어차피 단기간에 상처를 치유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경영혁신과 경영민주화를 꾸준히 실천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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