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공모가 거품빠지나]20배 할증 '옛말'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코스닥등록기업들의 공모가 거품이 빠지고 있다.

얼마전부터 등록주간사를 맡은 증권사의 시장조성의무가 생기고 코스닥시장의 조정폭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 이전에는 공모가가 기업의 본질가치보다 보통 4∼5배, 심지어 20배가 넘는 기업도 있었으나 최근 등록신청 기업들은 2∼3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공모가가 낮아지면 투자자들은 보다 싼값에 주식을 살 수 있어 훨씬 유리하다.

▼성장성 과대평가 투자자에 부담▼

▽본질가치란〓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대1.5의 비율로 산술평균한 것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여주는 지표. 자산가치는 기업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수익가치는 향후 2년간 기업이 벌어들일 수 있는 예상수익을 주식수로 나눈 것. 공모가는 본질가치에 할증률을 곱해 계산한다.

지난해말과 올초 공모가 거품이 생긴 것은 수익가치를 낙관적으로 보고 높은 할증률을 적용했기 때문. 특히 인터넷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은 현재 수익이 거의 없지만 성장성이 높다는 이유로 미래예상수익을 높게 잡았다. 드림라인의 경우 수요예측을 거친 확정공모가가 본질가치의 27배, 한통하이텔 21배나 된다. 할증률이 높다는 것은 성장성이 높다는 뜻이지만 미래수익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거품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 수익가치 낮춰잡아▼

▽시장조성 의무와 장세불안이 원인〓지난 2월부터 공모가결정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기업부터 등록후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80∼90% 하락할 경우 증권사는 장내에서 회사돈으로 주식을 사야 한다. 공모가가 높게 결정될 경우 그만큼 증권사의 부담이 커지는 것.

따라서 증권사들은 시장조성 부담감 때문에 공모가 산정시 수익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또 코스닥시장이 2월까지 폭등세를 보이다가 3월부터 조정장세를 보이며 향후 장세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등록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

증권사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장조성 의무도 없고 등록후 주가도 공모가의 5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공모가를 높게 책정했다”며 “지금은 기업측이 제시하는 수익가치를 보수적으로 계산해 깎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땐 본질가치 꼭 따져야▼

▽본질가치와 할증률을 살펴라〓올해는 코스닥등록기업이 크게 늘어나 다시 한번 공모주청약 열풍이 불 전망. 투자자들은 공모기업의 사업설명서에서 액면가 대비 공모가가 아니라 본질가치 대비 공모가(할증률)를 봐야 한다. 할증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높기 때문. 이제는 ‘코스닥등록→주가급등’ 이라는 공식도 사라졌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장외기업주가도 공모가결정 과정에서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정보기술은 장외시장에서 현재 6만원선에 거래됐으나 공모예정가는 2만원으로 결정됐다.

주간사를 맡은 대신증권 관계자는 “장외거래물량은 우리사주조합 및 퇴직자 보유주식이어서 장외가격은 대표성을 갖지 못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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