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株 전성시대…대형주들 부진속 상한가 행진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1분


28일 거래소 코스닥 양 시장에는 지수폭락에도 불구, 중소형주가 부상하는 ‘화려한’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졌다. 이날 거래소 지수는 45포인트(5.29%),코스닥지수는 8포인트(3.14%)가량 폭락했는데도 상승종목수는 하락종목수를 압도할 정도로 많았다.

증권시장에선 ‘개인투자자들의 체감지수 하락폭이 크지 않아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시장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추가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불꽃을 태우는 개별종목 장세〓거래소 시장의 경우 상승종목 498개 가운데 상한가까지 폭등한 종목이 무려 130개에 달했다. 시가총액 상위 20개종목중 한전만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담배인삼공사가 보합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18개종목이 모두 약세를 면치못했다.

코스닥시장도 285개 종목이 오른 가운데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종목은 무려 206개. 한통프리텔 한솔M.com 한통하이텔 새롬기술 다음 등 지수대형주들이 하락세로 급반전하면서 지수하락폭이 확대됐다.

반면 거래소시장에선 텐트업체인 진웅이 13일 연속 상한가, 인삼 식품업체인 고제가 8일 연속상한가, 의류업체인 나자인이 3일째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코스닥종목 못지않은 기세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이날 국내 증시 폭락의 단초는 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폭락. 신규 자금 유입이 정체되면서 수급이 불안하던터에 미 다우지수 마저 1만포인트가 붕괴되는 초약세를 기록하자 ‘투매심리’가 발동한 것. 여기에다 은행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주가폭락에 따른 로스컷(매입가격대비 일정폭 이상 주가가 하락하면 자동적으로 매도하는 것)물량을 내놓으면서 하락폭이 급격히 커졌다.

증권전문가들은 “시장 수급이 깨진 상황에선 소량의 매수주문으로 가격 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중소형주들이 부상할 수 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주가상승에 확신이 없기 때문에 매매자체가 투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투기적 매매양상이 또 다른 주가폭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작년 7월 이후 설정된 간접투자펀드들이 대부분 만기가 돌아온 상황에서 대형주 위주의 주가폭락은 펀드 수익률을 떨어뜨려 투자자들의 환매욕구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했다.

▽어디가 바닥권인가〓현재의 주가하락폭이 너무 크다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이 공감하는 분위기. 그러나 매수세가 워낙 고갈된 상태여서 얼마나 더 빠질지에 대해서도 장담못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 이병익자산운용본부장은 “지수 850선 이하는 한마디로 ‘과매도’상태”라며 “내재가치가 좋은 종목을 장기보유 관점에서 매수하면 투자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급이 깨진 상황에선 기술적 반등이 이뤄지더라도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워낙 우세한 상황이어서 ‘매수세 결집’이 쉽지않다는 지적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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