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보고서' 파문 확산]한나라 '증시안정론' 반박

  • 입력 2000년 2월 3일 17시 46분


‘4·13’ 총선과 주식시장 동향의 상관관계를 예측한 삼성증권 보고서 파문이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3일 “삼성증권 보고서는 김대중(金大中)정권의 사주에 의해 야당을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식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해 여당 승리를 유도하려는 여권의 ‘음모’에 따라 이 보고서가 만들어졌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매할 가능성이 높아 증시가 흔들린다’는 논리는 ‘여당이 승리해야 대북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는 DJ식 망언과 똑같은 억지”라면서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자행한 사기업체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세상 사람이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구(李漢久)정책실장도 역대 선거 전후의 주가동향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 삼성증권 보고서를 반박했다. 이실장은 “여당이 승리한 87년 대선, 92년 대선, 96년 총선 한 달 후 주가상승률은 각각 24.9%, 4.65%, 9.11%였고 야당이 승리한 88년 13대 총선, 95년 지방선거, 97년 대선의 경우 주가 상승률은 각각 9.13%, 8.37%,18.42%에 달했다”면서 “야당이 승리한 경우 오히려 주가가 상승한 경우가 많으며 주가는 여야의 승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삼성증권 이남우(李南雨)상무는 “보고서는 정치적 목적이나 정부 여당과 관계없이 분석가 입장에서 작성한 것”이라면서 “150여개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을 만나본 결과 그들은 한국이 정치적으로 안정돼야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며 총선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승엽(李承燁)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기준이 경제여건과 정치환경이라는 것은 상식이며 이 보고서는 증권사의 정상적인 활동이자 고객에 대한 의무”라며 “한나라당이 국내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업무활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은 ‘한나라당이 또다시 경제를 망치겠다’는 얘기와 같다”고 삼성증권을 두둔했다.

<김차수·이강운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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