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는 그동안 빅딜 무산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대비해 오긴 했으나 앞으로 갈 길은 만만치 않다.
◆새 '파트너' 조기확보가 관건
삼성과 현대는 빅딜 백지화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대로 일단 채권단에 자구 계획을 제출할 계획.
자구계획안에는 미쓰이가 아닌 제3의 외자유치안, 국내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빅딜이 진행되는 과정에도 미쓰이가 아닌 국제금융공사(IFC) 등으로부터 외자를 들여와 독자생존을 모색하겠다는 얘기를 비공식적으로 밝혀왔다.
현대는 미쓰이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투자협상을 벌였던 다국적은행 CSFB 등 3, 4곳과 협상을 재개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
채권단은 당장 워크아웃 등의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양사에 외자유치를 위한 시간을 줄 방침이다.
그러나 현대나 삼성이나 문제는 ‘시간’이다. 빅딜 발표 이후 신용등급이 bb 이하로 떨어져 차입금 갱신이 안되는 상태에서 얼마나 빨리 가시적인 외자유치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가 독자생존의 관건이기 때문.
양사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수년간 불황에 허덕이던 유화경기가 작년 하반기 들어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 삼성 관계자는 “유화산업은 1년만 경기가 좋으면 4, 5년간은 버틸 수 있다”면서 “당분간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독자생존에 유리한 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작 파트너를 구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2조원 이상인 차입금 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이 어떤 식으로 지원해 주느냐에 따라 다른 업체들로부터 ‘특혜의혹’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지원여부등 걸림돌
삼성종합화학은 새로운 파트너 물색이 지지부진할 경우 그룹으로 신용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그룹으로부터 분리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유화도 아직 지분을 전량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가 갖고는 있으나 이미 그룹의 주력업종에서 제외된 상태. 따라서 그룹으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미쓰이와의 통합처럼 시간을 질질 끌 경우 워크아웃 등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래정·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