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음료 특집]OB-하이트 "맥주왕 가리자"

  • 입력 1999년 8월 18일 02시 30분


《OB맥주가 다음달 진로쿠어스맥주를 인수하는 최종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시작, 국내 맥주시장이 지각변동을 맞게 됐다. 7년만에 OB맥주와 하이트맥주의 양사체제로 복귀하면서 다시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진로쿠어스맥주를 인수함으로써 OB맥주는 산술적으로 일단 맥주업계의 1위로 복귀하게 됐다. 올 상반기 맥주시장 점유율은 OB가 34.3%, 진로쿠어스 16.7%로 양사를 합하면 51.0%가 된다. 하이트의 점유율은 49.0%.

OB는 진로쿠어스를 인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1차입찰에서 4140억원을 제시했으나 단독응찰한 재입찰에서는 무려 4800억원을 써내 낙찰에 성공했다.

그만큼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지가 확고했다는 얘기. OB가 진로쿠어스를 인수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단순히 두 회사를 합치는 것 이상이다.

주류 유통망에서 진로는 맥주를 잃었지만 OB는 두산의 소주와 함께 ‘맥주 소주 공동전선’을 펼쳐 주류도매상들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OB의 가장 큰 과제는 과거 적(敵)으로 혈전을 벌여온 진로쿠어스 임직원과의 마찰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

진로쿠어스 노조는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입찰과정의 문제를 따지며 OB의 인수를 격렬히 반대해왔다. OB는 진로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어떻게 진로 직원들을 달래면서 영업망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다.

하이트측은 양사체제로 돌아가더라도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경쟁구도가 단순해질 뿐만 아니라 진로쿠어스의 대리점들이 모두 OB로 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하이트측은 OB가 주력브랜드 2개를 끌어가는 상황에서 단일브랜드를 집중적으로 키워 하이트를 국민브랜드화시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암반천연수를 내세운 하이트의 성공으로 90년 시장점유율 30.3%에서 올들어 시장점유율 50%를 눈앞에 둔 만큼 기존 제품의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

그러나 최근 지분출자한 덴마크 칼스버그의 양조기술을 도입해 신제품을 내놓아 맞불작전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OB와 하이트 양대 라이벌이 다시 한판 승부를 겨루게 됐지만 양사의 속내용은 많이 달라졌다.

OB맥주는 경영사정이 약화되자 지난해 9월 두산과 벨기에 인터브루가 50대50으로 합작, 사실상 새로운 회사로 재출발했다. 하이트맥주도 올 4월 칼스버그가 1억달러(지분 16%)를 출자하는 등 외국인 지분이 34%를 넘어섰다.

맥주회사의 경영이 악화된 데는 과당경쟁과 과도한 설비투자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맥주는 올들어서도 별로 소비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사가 무한경쟁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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