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中企-대기업 공조, MP3플레이어 2천만달러어치 수출

  • 입력 1999년 5월 13일 19시 34분


‘벤처기업은 제품개발, 중소기업은 생산, 종합상사는 수출.’

벤처―중소―대기업간 ‘3각 공조체제’가 보기좋게 개가를 올렸다.

㈜대우는 최첨단 디지털 음향기기인 MP3 플레이어 20만대(2천만달러)를 싱가포르의 디지털오디오 전문업체에 수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제품의 개발자는 벤처기업인 ㈜디지털웨이, 생산자는 중소기업인 세원텔레콤. 3자간의 7개월에 걸친 협력체제가 국내 최대규모의 MP3플레이어 수출실적이라는 결실을 일궈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 범재룡(范在龍)씨가 기술력과 35세란 나이만 믿고 디지털웨이를 설립한 것은 작년 7월. 삼성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4명과 밤을 세워 일한 지 3개월여만에 MP3플레이어의 회로설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이를 제품화하고 대량생산으로 연결짓는 일이 벤처기업엔 제품개발보다 훨씬 어려웠다. 제품화에 필수적인 금형 라인 설치에만도 수억원대의 거금이 필요했다. 실제로 많은 벤처기업들은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디지털웨이의 제품을 눈여겨 본 것은 대우의 멀티미디어팀. 97년 신설된 이 팀은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들을 찾아다니던 차였다. 김용래(金龍來)팀장은 제품을 검토한 뒤 디지털웨이측에 ‘스폰서’ 역할을 제안했다. 마케팅 디자인 등 대기업 특유의 노하우를 제공할테니 손을 잡자는 얘기였다.

또 한쪽에서는 세원텔레콤이 디지털웨이를 찾아왔다. 휴대전화 전문생산업체로 알려진 세원은 마침 신제품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디지털웨이의 소문을 들었다.이로써 벤처―중소―대기업으로 이어지는 ‘3각 편대’가 형성됐다.

대우는 해외에 거미줄처럼 짜여진 현지지사를 통해 바이어 물색에 나섰다. 첫 소식은 싱가포르에서 날아왔다. 현지지사를 통해 몇달간 접촉한 결과 2천만달러어치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납품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지금은 미국 일본 캐나다 등에서도 주문이 쏟아져 세원텔레콤의 생산라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

3사는 앞으로도 공조체제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가령 대우는 앞으로 일본 미국 등에 수출 시 인지도가 높은 ‘대우’브랜드를 붙일 것도 검토중이다. 범사장은 “우리는 마케팅은 신경쓰지 않고 기술개발에만 몰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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