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그룹 박순선회장 『건설업 대출차별 심각』

  • 입력 1998년 11월 24일 19시 04분


은행들이 건설업체에 대한 대출을 꺼려 부채 비율이 낮은 중견 건설업체들이 부도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신안종합건설을 모기업으로 신안주택할부금융 골프장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신안그룹 박순석(朴順石)회장은 24일 흑자부도 위기에 처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며 건설업을 차별하는 은행의 대출관행을 고발하고 나섰다.

박회장은 “부채 비율이 70%에 불과한 신안종합건설이 단기부채 2천5백억원 갚을 은행 대출을 얻지 못해 흑자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며 “은행들이 건설업은 부도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대출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신안종건의 부채 비율은 건설업체 평균 부채비율(700%선)과 제조업체 평균(400%선)에 비춰볼 때 우량한 수준이다.

박회장은 △4개 골프장에 1천5백억원 △아파트 빌라 상가에 2천2백억원 △택지에 1천5백억원 등 모두 5천2백억원의 자금이 묶여 있어 경기가 회복되면 빚을 갚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지방 중견 건설업체인 H사 자금팀 관계자는 “거래가 없던 은행에서 신규융자 내기는 불가능하고 거래은행도 며칠간 통사정해야만 대출연장을 받아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업체인 W건설 관계자는 “운영자금을 빌리려고 거래은행을 찾아갔으나 부동산 담보가액을 시가의 30%선만 인정해주었다”며 “고용효과가 높은 건설업에 대한 푸대접을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에 대해서는 부동산담보가액을 시가의 60∼70%까지 인정해주는 것과 비교해볼 때 명백한 차별대우라는 불만이다.

장안종합건설(경기 파주시) 영남건설(인천) 등 지방의 알짜 건설업체들은 거래은행이 퇴출되는 바람에 8, 9월에 부도를 냈다.

영남건설은 주거래은행인 경기은행을 인수한 한미은행이 특정금전신탁계정에서 나간 융자금 95억여원의 인수를 거절하고 일시 상환을 요구해 부도를 냈다.

장안종합건설은 은행 퇴출의 직격탄을 맞고 30억원을 막지 못해 8월말 부도를 냈다. 평소 거래해오던 동화 동남 경기은행의 인수은행들이 대출금 일시상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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