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국산품」논란 확산…『외국상표라고 모두 수입품인가』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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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생산해서 국내상표만 붙인 제품을 국산으로 봐야 할까.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도 해외상표를 붙였으면 수입품으로 봐야 할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국산품 애용, 수입품 추방’운동이 벌어지면서 국산품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스포츠브랜드 휠라사의 한국지사인 휠라코리아는 최근 일간지 등에 대대적인 광고를 냈다. ‘무엇이 진정한 국산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국산품의 올바른 정의는 무엇입니까. 더 이상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국산으로 왜곡돼서는 안됩니다’고 주장한다. 휠라코리아가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광고를 낸 것은 범국민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수입품 배격운동 여파 때문이다. 매년 20∼30% 매출 신장 가도를 달리던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이후 수입품 추방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리점마다 “학교에서 수입품이라고 못 쓰게 한다”며 신발과 의류를 반품하려는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윤윤수(尹潤洙)휠라코리아사장은 “정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우리 회사는 외국 합자회사이지만 국내판매용 제품의 97%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6년간 1억달러어치의 신발을 수출해 외화를 많이 벌어들였습니다.” 이 회사의 주력품인 신발은 수입품이 아닌 윤사장이 아이디어를 내 만든 100% ‘메이드 인 코리아’제품. 53개국으로 수출해 수출액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필라 본사로부터 로열티로 받고 있다. 의류에서도 휠라코리아 전체 생산품의 99.6%를 국내에서 독립적으로 디자인하여 생산한다. 휠라 본사로부터의 기술 이전은 이미 94년에 매듭을 지었다. 윤사장은 “4백50명 모든 직원이 다 한국인이고 한국인 지사장이 인사권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등 완전히 자율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휠라코리아 외에도 상당수 업체들이 무차별적인 ‘수입품 죽이기’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의류브랜드인 베이직, 여성용 화장품인 마리클레르, 캐주얼 의류 라코스테와 울시 등도 비슷한 하소연을 한다. 외국에서 들여온 브랜드이지만 국내 인력과 시설로 만드는데 무조건 수입품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항변이다. 〈이명재기자〉 ▼전문가 의견▼ 휠라코리아의 일간지 광고로 촉발된 ‘국산품의 인정범위’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은 현재로서는 없다. 한국신발피혁연구소 박정수(朴貞秀)소장은 “디자인과 제조 마케팅의 3가지 요소 가운데 국내 비중이 높을 경우 국산품으로 보면 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박소장은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를 예로 든다. 외국에서 생산되는 프로스펙스는 국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과 마케팅을 국내 업체가 맡고 원부자재의 70%정도가 국산이라는 이유다. 박소장의 기준에 따르면 원산지는 별 의미가 없다. 그는 “인도네시아나 태국에서 만든 ‘리복’제품은 미국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어느 나라의 브랜드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민중기(閔仲基)이사는 수출비중과 고용효과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우경제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개방화시대에 한 제품을 놓고 국산이냐 외제냐를 분명하게 가를 수는 없다. 국가경제에 보탬이 된다면 국산의 범위를 폭넓게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 ”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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