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監委 공방]한나라당, 「총리실 관할」로 막판 양보

  • 입력 1997년 12월 29일 20시 20분


한국은행의 독립성 강화와 금융감독기구 통합을 골자로 하는 금융개혁법안의 처리과정은 막판에 금융감독위의 관할권문제로 제동이 걸리면서 난항을 거듭했다. 그러나 현 경제위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재정경제원에 또다시 금융감독위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한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강력한 재고요청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정치적 고려로 재경위는 막판에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따라서 재경위의 이날 법안수정은 재경원에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정서를 반영하고 국정주도력의 시험대에 오른 김당선자의 첫 「국정제안」에 대한 정치권의 「힘 실어주기」차원의 의미가 강하다. 특히 30명의 재경위위원 중 17명에 달하는 한나라당의원들이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을 위해서는 금감위를 재경원 산하에 둬야 한다』며 완강히 버티다 막판에 양보한 점이 더욱 그렇다. 이런 차원에서 이날 한나라당이 보여준 협력적 자세는 1백65석을 지닌 거대야당의 원내 노선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 3당총무 협상채널가동과 재경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원내총무의 소속의원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경위는 법안심사절차의 「모양새」를 중시해 법안심사소위가 내린 26일의 합의대로 금감위를 재경원 산하에 두는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뒤 전체회의에서 국민회의측이 수정안을 제안하고 이를 소위에서 다시 논의하는 방법을 취했다. 이에 따라 13개의 금융개혁법안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대선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으로 사장(死藏)될 뻔했다가 이번에 처리돼 금융개혁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이제 국내 금융산업은 관치금융 청산, 외국인의 국내 금융기관 소유 등 대변혁을 맞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입법은 구제금융을 제공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떼밀려 재소집된 연말 임시국회에서 타율적으로 진행됐다는 오점도 함께 남겼다. 아울러 막판에 환원되긴 했지만 재경위 법안심사소위가 당초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에 설치키로 한 정부원안을 수정, 관치금융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재경원에 두려고 시도한 데 대해서는 비판이 많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되는 금감위를 재경위가 소관부처로 두기 위해 관할권을 바꾸려 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또 금융기관에 대해 우선적으로 정리해고를 인정하겠다는 12인 비상경제대책회의의 방침은 국민회의측이 막판에 영업이 정지중이거나 정부가 출자한 금융기관에 한해 먼저 정리해고를 허용하자고 수정제안을 했으나 한나라당이 수용을 거부함으로써 여전히 불씨로 남게 됐다. 재경위는 금융계의 반발을 고려, 재경위 소관이 아닌 환경노동위의 소관이라며 심의자체를 꺼리고 있는데다 비대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데 대한 불만도 없지 않아 IMF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내년 1월초 임시국회에서나 다시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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