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매도공세 증시침체 불렀다…이달 1조1천억 순매도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3분


지난 10월 외국인들의 줄기찬 매도공세에 중병(重病)이 든 주식시장이 이번에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팔자」에 뭇매를 맞고 빈사상태에 이르렀다. 은행 증권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지난달 3천2백59억원에 그쳤으나 이달 들어서는 23일까지 무려 1조1천7백1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12월 외국인투자자와 개인들이 각 4천6백61억원, 7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점에 비춰보면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주가폭락을 부른 「주범」으로 몰릴 만하다. 투자자들은 『한때 주식시장을 살리자며 순매수를 결의했던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주식을 파는데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이들을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내 코가 석자나 빠진」 금융기관들이 매수세로 돌아서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 은행들의 경우 100%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을 처분, 당장 눈앞에 닥친 국제결제은행(BIS) 최저 자기자본비율(8%)을 맞춰야 하기 때문. 증권 투신사도 고려 동서증권에 이어 신세기투신마저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한 형편에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 한 투신사의 주식운용 담당자는 『연말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많은데다 신세기투신 영업정지 이후 불안해진 고객들의 환매요청이 늘어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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