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부터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 제한을 없애고 자유변동환율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거래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고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즉 환율의 결정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
금융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외환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 환율의 움직임을 전망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전망〓변동제한폭이 없어짐에 따라 16일이후 원―달러 환율은 2천원 이상으로 오르거나 1천2백원 이하로 떨어지는 두가지 극단적인 경우를 모두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외환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가 악화하느냐 수습되느냐에 따라 이 두 가능성중 하나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다만 정부가 15일밤 이를 전격 발표한 것은 원―달러 환율이 하향안정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했기 때문인 것으로 외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15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오후 4시10분경 하루 하락제한치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 압력이 팽배해 있어 변동제한폭 폐지가 원―달러환율의 폭락을 부채질 할 것으로 정부가 기대했으리라는 것.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도 『실물경제 여건만 감안한 우리나라의 적정환율은 1천2백원 이하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면서 『변동폭 제한 폐지로 어느 한순간 환율이 이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커 기업과 개인들은 가지고 있는 달러화를 시장에 내놓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환율변동폭 제한 폐지로 투기적 외환거래에 대한 위험성이 커져 기업들이 실수요 위주로 거래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조정기를 거친 뒤 중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도 많아 정부가 의도한대로 원―달러 환율이 하향안정될지는 미지수다.
▼정부개입은 없어지는가〓앞으로 환율이 극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도 외환당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당국은 10일과 11일 원―달러 환율이 상승제한치까지 오르면서 거래가 중단되자 외환시장에 개입해 왔으나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명백한 한계를 느껴왔다.
그렇다고 해서 외환당국이 극심한 환율불안을 마냥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앞으로는 통화량과 금리를 통해 환율수준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원―달러 환율의 상승압력이 심할 때는 통화량을 줄여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달러화를 사들일 여력을 없애겠다는 것. 또 금리를 높이면 원화를 빌려 달러화를 사는 비용이 커져 달러화 매입을 자제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