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셔츠가 닳을까봐 매일 갈아입지 않습니다. 시계는 10년째 차고 있지요」.
박봉에 시달리는 월급쟁이 얘기가 아니다. 대우그룹의 주식 2천7백81만주(최근 시가기준 약2천억원)를 소유한 김우중(金宇中·62)대우그룹회장의 「자린고비」식 씀씀이의 일면이다.
대우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회장이 차고 다니는 가죽줄 시계는 10년된 「구닥다리」. 올해초 시계 뒷면의 나사 한개가 풀려 물이 새들어가는 바람에 비서진이 새 시계 구입을 권유했지만 김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파리 출장길에 직원들을 시켜 수리점에 맡겼다고 한다.
95년 폴란드 자동차법인을 인수하기 전까지 김회장이 쓰고 다녔던 굵은 테 안경도 골동품에 가까웠다는 것이 측근들의 「증언」. 유리알에 흠이 너무 많아 부인 정희자(鄭禧子)여사가 『그렇게 아끼면서 세계 고객들에게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달라고 광고를 하느냐』고 핀잔을 줬다는 후문이다.
김회장이 해외출장시 감색 줄무늬 와이셔츠를 즐겨입는 것도 때가 잘 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
김회장은 1년중 2백80일 이상을 해외출장으로 보내기 때문에 비행기 삯을 아끼는 갖가지 「묘안」에도 그룹내 누구보다 환하다. 호텔투숙 때도 외국 요인들을 만나기 위해 마지못해 응접실을 갖춘 방을 찾지만 하루 5백달러 이상을 넘지 않는다는 것.
그런 김회장은 『2세들에게는 돈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가르치겠다』고 수차례 공언하는 양면을 보였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