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돈 좀 빌려줘요』…자금담당 임원들,「돈 구걸」

  • 입력 1997년 10월 17일 20시 11분


『A건설 임원이 돈 꾸러 돌아다니다니…』 유력 건설업체인 A건설 자금담당 임원이 최근 거래하던 종합금융사를 「몸소」 찾아와 어음할인을 간청한 일이 종금업계에 화제다. 「마음놓고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업체」로 대접받던 기업도 연쇄부도가 일상화하면서부터 돈꾸기가 만만치 않다. ▼꽁꽁 얼어붙은 금융기관 대출〓연쇄부도 여파로 수조원의 부실채권을 떠안은 금융기관은 기업대출을 「모험」으로 생각하고 있다. 잘해야 본전, 떼이면 본인 책임인데 누가 나서서 기업대출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확실한 담보와 보증이 없으면 사실상 은행대출은 얻기 힘든 상황. 종금사 대출은 아예 끊긴 상태. 이달 들어 14일까지 30개 종금사의 어음할인 매출(할인한 어음을 신탁계정에 되파는 것)은 2조8천억원가량, 어음할인은 1조7천억원가량 감소했다. 할부금융 파이낸스 등도 종금사의 집중적인 대출회수로 중소기업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말라버린 증권시장〓경기침체와 연쇄부도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회사채도 싼값에 내놓지 않으면 팔리지도 않는다.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유상증자와 기업공개로 조달한 금액은 2조5천7백57억원.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조원가량 줄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실적은 9월말까지 8조5천7백억원으로 이 역시 20% 감소했다. ▼거래 끊긴 사채시장〓서울 명동 등 사채시장 역시 개점 휴업상태. 사채시장에선 부도위험이 없는 특A급 어음만 거래하고 있으나 이런 기업은 대부분 은행을 찾기 때문이다. 명동의 한 사채중개업자는 『대기업이 마구 쓰러지는 판에 금리가 높은들 무슨 소용이냐』며 『우리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따진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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