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쇼크 파장]『인위적 조정으로 부실 자초』

  • 입력 1997년 7월 16일 21시 17분


「자동차전문 그룹」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체제」. 이런 수식어들이 자랑처럼 붙어다니던 기아그룹이 끝내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초함에 따라 그동안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17일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해오던 업종전문화정책과 재벌 소유―경영의 분리정책은 아직 한국적 상황에 맞지 않는 것으로 오히려 기아그룹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통상산업부는 지난 94년 재벌들의 무분별한 사업다각화 대신 중점 분야에 집중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업종전문화 제도를 도입, 30대 기업집단이 자체 선정한 주력 기업에 대해 여신관리완화등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기아그룹은 94년부터 3년간 기아자동차 기아특수강 아시아자동차 기아기공 등 4개회사를 주력기업으로 선정, 사업다각화에는 눈을 돌리지 못했던 것. 그러나 주력기업이었던 기아특수강과 아시아자동차가 작년 한해 동안에 각각8백95억원과 2백94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골칫거리로 전락하면서 그룹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정부의 인위적인 투자조정이 결국 기아그룹의 부실을 자초한 셈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한 업종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기아 사례로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金容烈(김용렬)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아그룹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모범적인 기업으로서 한국 자본주의에서 중대한 실험이었다』며 『기아그룹의 좌초는 기업 소유 경영의 분리를 추진해온 정부정책의 실패』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처럼 주식시장이나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이 전문경영인의 기업 경영상황을 감시 평가하는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한 소유 경영의 분리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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