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덴버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7개국(G7)과 러시아가 참석하는 8개국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엉클 샘의 콧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미국경제가 죽을 쑤던 지난 90년 미국 휴스턴에서 G7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일본과 유럽 정상들의 준엄한 경제강의를 경청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덴버회담에서는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다른 정상들에게 한수 가르쳐주겠다는 자세다. 그만큼 미국경제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건실한 반면 유럽과 일본의 경제는 슬럼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미국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년째 호황국면에 있는 미국의 5월중 제조업 가동률은 지난해에 비해 4.3%가 증가한 83.7%.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율기준으로 1.4%를 기록, 지난해 1년간 상승률 3.3%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실업률은 73년 11월 이후 24년만에 가장 낮은 4.8%로 집계됐다.
한마디로 고성장 저물가 고용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고난도의 묘기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경제의 구조적 질병이라던 재정적자도 오는 2000년까지 완치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영국을 제외한 유럽과 캐나다는 두자리 실업률과 재정적자 감축으로 골치를 썩이고 있고 일본도 불경기의 터널을 막 빠져나오며 금융개혁에 몸부림치고 있다.
마이클 매커리 백악관대변인도 이를 의식, 최근 『미국이 다른 선진국들에 유용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에 찬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발언도 『미국은 이제 군사적으로 유일한 슈퍼파워일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유일한 슈퍼파워가 됐다』는 래리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의 발언에 비하면 얌전한 편이다.
서머스는 『이제 미국은 세계를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올 미스 미국이 미스 유니버스가 된 것에 빗대어 『미국은 이제 힘과 돈, 여자를 모두 차지했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