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국정조사/여야 감정싸움]「수사기록 공개」 충돌

  • 입력 1997년 4월 4일 19시 56분


4일 대검을 상대로 한 국회 한보사건 국정조사특위는 검찰이 사건기록과 「鄭泰守(정태수)리스트」를 제출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여야의원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의원들은 질의를 통해 △金賢哲(김현철)씨 처리문제 △2천억원의 리베이트설 △정태수리스트에 오른 정치인이 누구인지 등을 추궁했으나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은 『수사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다. ▼ 사건기록 검증 공방 ▼ 김검찰총장은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이므로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이미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을 제출하면 사법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관련자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며 기록공개를 거부했다. 그러자 야당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고 관련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국민회의 趙舜衡(조순형)의원 등은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관한 법」 4조는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서류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신한국당 李信範(이신범)의원은 『權魯甲(권노갑)의원의 혐의사실을 보면 관련의원들이 이 자리에 참석해 있다』며 『자신과 관련된 기록을 열람하겠다는 것은 나쁘게 말하면 증거인멸로 연결될 수 있다』며 소위 「국민회의 4인방」을 겨냥했다. 이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13조는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은 조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제척(除斥)과 회피(回避)사유가 된다』며 야당의원들의 자격까지 문제삼고 나섰다. 그러자 국민회의 金景梓(김경재)의원은 『이신범의원이 말한 야당의원들에 대해 그냥 지나가면 의혹은 재생산된다』며 명단공개를 요구, 정면대응에 나섰다. 국민회의 金元吉(김원길)의원도 이신범의원의 「제척과 회피사유」발언을 문제삼으며 『그 얘기는 야당의원 일부가 국조특위위원자격이 없다는 말인데 그러면 앞으로 특위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느냐』며 『자격을 확인하자』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 李圭正(이규정)의원은 『지난 89년 조선대생 이철규변사사건때 검찰이 국정조사특위에 사건기록을 공개한 전례가 있다』며 『떡값을 받은 사람은 기소도 안 했는데 그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재판에 무슨 영향을 준다는 것이냐』며 따졌다. 두시간동안 정회후 속개된 회의에서 국민회의 李相洙(이상수)의원은 『야당의원의 자격을 문제삼은 여당의원의 말은 수용할 수 없다』며 사과와 함께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다. ▼ 김현철씨 처리문제 ▼ 국민회의 김경재 조순형의원은 『한보사건의 몸통인 현철씨에 대해 즉각 출국금지조치하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몸통규명」을 촉구했다. 또 신한국당 金在千(김재천)의원은 『현철씨의 측근인 朴泰重(박태중)씨가 자신과 가족들의 명의로 90여개의 예금계좌로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운용했고 93년초 1백32억원을 인출했다고 하는데 왜 박씨를 즉각 소환조사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총장은 『현재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를 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 2천억원 리베이트설 수사 ▼ 신한국당 김재천, 자민련 李良熙(이양희) 李麟求(이인구)의원은 『검찰이 독일 SMS사와의 리베이트 의혹을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다면 독일의 수사기관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거나 우리 검사가 직접 독일을 방문해 수사할 용의가있느냐』고 물었다. 신한국당 金學元(김학원)金文洙(김문수)의원은 『박태중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때 2천억원 리베이트의혹을 적시했는데 영장청구 당시 리베이트의혹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출했느냐』며 『검찰이 미확인사실을 성급하게 공개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김총장은 『모 국회의원이 리베이트의혹을 제기, 언론에 보도된 내용외에 다른 소명자료는 없다』고 해명했다. ▼ 대선자금 진상규명 문제 ▼ 자민련 李相晩(이상만)의원은 『지난 92년 대선직후에 한보가 거액의 외화대출을 받았는데 이는 대선자금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신한국당 김문수의원도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92년대선때 6백억원의 자금이 특정후보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검찰에서 확인한 내용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총장은 『지금 그 관계는 수사중이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 수사기밀 언론유출 문제 ▼ 의원들은 『崔炳國(최병국)전대검중수부장이 「한보수사가 실패한 것은 수사도중 언론에 번번이 기밀이 새나갔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정보유출 통로가 검찰인지 청와대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총장은 『정태수리스트의 일부가 언론에 보도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 경위를 조사했으나 아직까지 어떻게 그 내용이 유출됐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 한보 해외재산 도피 의혹 ▼ 신한국당 김학원, 국민회의 金民錫(김민석)의원은 『정태수총회장이 회사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은닉했고 해외지사를 통해 민주계 핵심들에게 해외활동 자금을 지원해줬다』고 주장했다. 김총장은 『해외도피 의혹에 대해서는 뚜렷한 혐의가 발견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원재·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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