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금융대개편]은행-증권-보험 「영역파괴」

입력 1997-01-08 20:18수정 2009-09-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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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위원회(이하 금개위)의 출발점은 「발상의 뒤집기」다. 핵심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도 언급했듯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금융관행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데 있다. 금개위에 대표적인 소비주체인 기업인이 대거 포함되고 대신 금융산업정책을 주도해온 공급자측의 재정경제원이 배제된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급자위주 금융의 가장 큰 폐해는 못된 관행으로 굳어 있다. A건설의 재정담당 L이사가 털어놓는 불만을 들어보자. 우선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선이자를 뗀다. 외국은행은 빌려준뒤 3∼6개월이 지나야 이자를 받는다. 사업을 위해 돈을 빌려줬으면 그 돈으로 사업수익을 낸 부분에서 이자를 받는 것이 상식이다. 담보만을 따지는 대출관행은 철벽이다. 기업의 사업성을 검토하는 것은 뒷전이고 담보가 충분한지, 누가 보증해줬는지가 승인여부를 좌우한다. 기업의 신용은 아예 문제가 안된다. 이런 상황에선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될리 없다. 결과는 부실채권의 양산이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사회기반시설(SOC)민자사업만 해도 그렇다. 건설기간만 4∼5년, 사용료징수는 십수년이라는 장기간이 걸리는데도 금융권에서 차입할 수 있는 것은 길어야 2∼3년만기의 단기 회사채정도다. SOC민자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이유가 있다. 금융시장의 30∼35%를 점하는 소비자금융은 오히려 더하다. 정보부족이 한 원인이다. 소비자보호원의 宋泰會(송태회)수석연구원은 『은행 보험회사 등이 내놓는 금융상품의 대출 및 상환조건, 수익률 등을 상세하고도 정확하게 공개토록 하는 공시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우위의 금융시대엔 고객은 자신의 조건이나 취향에 맞게 금융기관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대기업의 70%이상, 중견기업의 50%이상은 금융기관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소비자쪽으로 금융의 무게중심이 옮겨지면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업무 당좌차월 단자업무 등 기존의 고유시장은 급속히 퇴조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간의 「칸막이」를 헐고 겸업화가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연구원의 朴在夏(박재하)박사는 『세계적인 추세인 겸업주의의 허용을 앞당겨야 고객이 한꺼번에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는 주식발행 대출 어음할인 등 다양하지만 지금의 공급자위주의 시장에서는 주식발행은 증권회사, 대출이나 어음할인은 은행 제2금융권 등을 통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구분이 없어진다. 그리고 대기업의 탈금융기관 현상도 두드러진다. 이것은 금융기관의 거래선이 거액거래위주의 대기업에서 중견 중소기업, 개인 및 지방기업 등 소액 다수 거래체제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번 개혁이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자각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제도를 제대로 뜯어 고치고 계수에 집착하는 금융기관의 대수술을 통해 수십년 지속돼온 금융인들의 관행을 어떻게 소비자 중심으로 돌려놓을 지에 금개위 활동의 성패가 달렸다. 〈金會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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