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터뷰]입지전적 기업가 장수홍 청구그룹회장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대담=崔熙助편집위원」 『경제계는 부진한 내수도 내수지만 수출채산성악화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제경쟁력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를 더욱 절실하게 받아들여야할 시점입니다』 張壽弘(장수홍·54)청구그룹회장은 경쟁력은 곧 상품력이라며 소비자가 즐겨 찾는 상품을 만들어 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경제난타개의 지름길임을 강조한다. 대구출신의 장회장도 재계에선 입지전적 기업가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부산대섬유공학과를 나온 뒤 73년 고향에 주택건설업체인 청구주택개발공사를 설립, 사업에 뛰어들었다. 청구가 전국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은 지난86년 지방업체로선 처음으로 서울중계동에 청구아파트를 건립하면서부터. 서울 진출의 첫 아파트로서 분양당시 청약경쟁률이 무려 37대1을 기록했다. 벌써부터 대구지역에선 「청구가 짓는 집은 좋은 집」이란 평판이 나있었는데 그 지명도가 서울에까지 알려져 수요자들이 몰려든 결과라고 많은 사람들은 그때 풀이했다. 사업착수 23년이 지난 지금 청구는 건설외에도 유통 물류 방송 및 영상부문의 9개계열사를 거느리는 한편 2개 정보통신회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금년 기준 공정거래법상의 자산순위는 재계35위. ▼ “재도약 기회 삼아야” ▼ -국내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를 장회장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요. 『업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업계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불황속의 물가고)입니다. 크게 보아서 우리 사회가 정보화사회 선진사회로 들어가야 하는데 과거의 나쁜 관행과 풍토, 비효율성 등을 떨쳐버리고 기업가 정부관료 근로자들이 모두 거시적 안목에서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업하는 여러분들한테서 경제난 처방책을 듣고 있습니다. 이에대한 장회장의 평소 생각은 어떤 것입니까. 『비단 정부의 정책 뿐만은 아니고 기업과 근로자 차원에서 생각할 점도 많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이 환경변화에 맞춰 자율경쟁과 자유시장경제원리를 좀 더 살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장회장의 어휘구사엔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할말은 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연말에 들어서서 중견 건설업체로 알려졌던 동신이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등 올 한해 이틀에 한개 회사꼴로 많은 건설업체들이 도산하는 불운을 겪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섬유산업 등이 60년대이후 국내경기부양에 큰 효과를 준 것처럼 건설업은 80년대무렵 이후 국가사회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컸습니다. 작년이후 건설업이 어려워져 업계에서도 나름대로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자구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빛이 잘 안나는 것 같습니다. 새해엔 국내건설시장이 모두 개방됩니다. 시장이 개방되면 건설시장은 양보다는 질적 경쟁으로 승패를 가리게 되는 중대한 시기로 접어들게 됩니다. 업계에선 많은 것을 정부에 건의해 놓고 있습니다. 건설업이 운신의 폭을 넓혀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 주택건설업의 불운은 완벽한 장인정신에 의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관리하는데 실패하고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맞춰 기업의 내실을 기하지 못한 두 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분석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완벽한 장인정신이란 비단 건설업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잖습니까. 『그렇지요. 소비자에 밀착된 제품을 만들어 내고 기업내부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기본자세, 그것은 최종적으로 상품력으로 나타납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이어야 한다는 얘기죠』 ―요즘 겨울철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신도시 등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아파트값이 들먹거린다는 보도가 전해지고 있어 특히 무주택 서민들의 걱정이 큽니다. 새해 집값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과거와 같은 불안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올라가서 집을 사려는 유효수요계층이 많아져 부동산시장의 가격이 깨어질 위험성은 있다고 봅니다. (집값이)안정적일 때 택지와 물량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물리적인 방법으로 집값을 잡기는 어려습니다』 그는 특히 집값 안정을 위해 택지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정부에서도 아파트분양가 자율화조치의 적용지역을 점진적으로 확대실시해 나가고 있지만 시장경제원리대로 좀 더 유연하게 정책을 펴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업의 국내외 환경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누누이 강조하셨는데 청구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건설 중심으로 성장하던 기업틀을 유통과 물류, 정보통신 등 새로운 사업으로 이미 경영을 다각화해 나가고 있어요. 그룹의 건설부문 매출비중을 50%로 줄이는 대신 유통이나 정보통신사업 등의 매출을 높여 올해 1조2천억원으로 추정하는 그룹매출을 오는 99년 3조6천억원으로 늘리기 위한 5개년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설계도면 직접 챙겨” 그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한 지금 아직도 놓지 않고 있는 분야가 있다. 아파트 등의 설계도면이다. 『소비자들이 청구를 좋아하고 있다면 무엇때문이겠습니까. 자화자찬같습니다만 그것은 마음과 혼이 들어간 상품력에 있다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그 밑그림이 되는 설계도면만은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장회장의 경영철학을 들려 주시죠. 『경영철학이랄 것도 없는 평범한 진리입니다만 「하나를 위해 천(千)을 버린다」는 것이죠. 일천장을 버리더라도 한장의 완벽한 설계도면을 찾아낸다는 뜻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것이 설계도면에서 뿐만 아니라 건설과 비건설을 망라한 모든 분야에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장인정신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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