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디노 루이니의 작품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겸손과 허영의 알레고리)’, 1520년경. 샌디에이고 미술관 제공 ⓒ The San Diego Museum of Art
화려한 펜던트와 럭셔리한 옷을 입고 머리 장식까지 한 상태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 그를 설득하려는 듯 왼쪽에서 손짓을 하며 말을 걸고 있는 또 다른 여성. 화려한 여성과 달리 장신구도 하나 걸치지 않았고, 심지어 머리카락은 노란색 천으로 가렸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이들은 누구일까.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이 그림은 오랫동안 두 가지 오해를 받았다. 첫째는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이 대조를 이루는 건 허영심과 겸손함을 대비시켜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 때문에 이 그림은 과거 ‘겸손과 허영의 우화’라 불리기도 했다.
둘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렸다는 오해다. 다 빈치가 그린 작품으로 여겨진 이유는 오른쪽 여성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서 드러나는 것처럼 입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사람이나 사물 형태를 윤곽선 없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드러내는 이러한 표현 방식을 이탈리아에선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라 한다. 이건 바로 다 빈치가 만들어낸 방식이다. 다 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와 이 그림 속 얼굴을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
다 빈치가 사용한 스푸마토 기법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화가들이 따라했다. 이 그림을 그린 밀라노 화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도 그랬다. 또 루이니의 다른 그림을 살펴 보면, 이 작품이 그저 단순히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을 대비시킨 게 아니란 점도 알게 된다. 바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루이니는 막달라 마리아를 여러 차례 그려 왔고,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 주요 소품 중 하나가 그림에서 여성가 쥐고 있는 ‘향유병’이다.
향유병은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발과 머리에 부은 향유를 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속세의 허영을 버리고, 검소한 옷차림인 ‘상냐 마르타’의 설득으로 예수를 따르게 된다. 향유병은 막달라 마리아가 물질적인 유혹을 벗어 던지는 순간을 강조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36년 앤 R. 퍼트넘과 에이미 퍼트넘이란 인물이 세상을 떠난 여동생 이레네를 추모하며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후 미술관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짜 화가가 누구인지, 내용은 무엇인지가 밝혀졌다. 흥미로운 건 성경에선 허영을 버리고 검소함을 가지라고 강조하지만, 그림 속 두 여성은 똑같은 비중으로 묘사됐다는 점이다. 인간은 삶에서 어떤 가치를 따를 것인가. 화가는 그 선택의 몫을 관객에게 넘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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