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불쌍한 떠돌이 인생? 현대는 역마 없는 팔자가 불행 [내 팔자가 궁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9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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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살이 도화살(桃花煞) 그리고 역마살(驛馬煞)이다. 원래 사주 명리에서 쓰는 말인데 일상에서도 자주 쓰는 일반 말이 됐다. 예를 들어 일지에 신자진이 있을 때 다른 지지에 인이 있으면 역마로 본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지(支)
申,子,辰
寅,午,戌
巳,酉,丑
亥,卯,未
다른 지지(地支)




역마는 역참(驛站)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서울역, 부산역이라고 하는 그 역참이다. 그냥 말도 많이 돌아다니는데 역참의 말은 얼마나 많이 돌아 다니겠는가. 역마살이 끼었다는 뜻은 역마처럼 엄청 돌아다닐 팔자라는 의미다.


한 곳에 가만 있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성향을 가진 사람을 ‘역마살이 잔뜩 끼었네’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장소나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심하면 객사하기까지 할 팔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소뿐만 아니라 넓게 해석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한번 결혼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혼을 여러 번 한다거나, 한 직장에 오래 몸담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기는 경우 등도 역마살이 낀 팔자에 해당한다.

역참은 고대 중국 주나라때부터 있었다. 역사적으로 역참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가 몽골이다. 중국에서 러시아까지가 온통 몽골 땅이었고 이를 역참으로 연결했으니 역마는 얼마나 고달파겠는가.

사주에 역마살이 잔뜩 기면 일단 고달픈 인생이다. 전 한국역술인협회 회장님이 추천한 사주학 책에 보면 “사주에 역마가 있는 사람을 놀러 다니기를 즐기고 여행을 자주 하고, 역마에 공망이 되거나 충을 당하는 사람은 거주와 직업이 많이 바뀐다”라고 돼 있다.

여기에 전번 편에 소개한 도화살이 겹치면 어떻게 되는가. “역마도 있고 도화도 있으면 색욕 때문에 멀리 도주하거나 색으로 인해 망신을 당한다”라고 돼 있다. 비자 받기 힘든 사주이니 가급적 비자 안 받아도 되는 나라를 선택하는 게 낫다.

그렇다고 역마살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사주도 마찬가지지만 주변에 무엇이 있느냐가 역마를 좋게 하고 더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예컨대 역마가 있는데 재성(財星)이면 “돈은 많이 버는 재주가 있다”고 푼다. 사주 배합상 좋은 경우 “항공기 기장이나 스튜어디스 혹은 대기업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된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자주 학교를 바꾸어 다니는 공립학교 교사, 전 세계를 누비는 외교관, 해외를 상대로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종합상사맨 같은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살이다. 좋은 역마는 천마(天馬) 활마(活馬) 재마(財馬) 등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의미가 바뀌는 것은 도화살과 같은 맥락이다. 과거보다 훨씬 역동적인 현대 사회에서 역마살은 좋은 의미로 많이 풀이된다. 옛날에는 고향을 떠나 떠돌아 다니는 팔자는 참으로 한심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글로벌 시대라 불리는 현대 사회에서는 다르다. 오히려 시골에서 태어나 비행기 한번 못 타보고 자기 동네에서 끝내는 인생이야말로 불쌍한 인생이다.

사주는 하나만 봐서는 안되고 본인 일주의 강약, 주변과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정확하게 알 수도 있다.

독자에게 힌트 하나를 드린다. 사주를 보러 가면 살(煞) 이야기를 많이 하는 역술인이 있다. 백호대살이니 원진살이니 급각살이니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살들을 많이 들먹인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하수들이거나 돈만 밝히는 엉터리 사주꾼일 가능성이 높다. 살을 풀기 위해 굿을 해야한다거나, 하다못해 부적이라도 사야 한다고 부추긴다면 이를 더욱 의심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정통 사주에서 신살은 그렇게 중요한 변수로 보지 않는다. 그 보다는 관(官) 인(印) 식(食) 재(財) 격국(格局)과 그에 용신(龍神)을 많이 따지고 깊이도 심오하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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