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통합에 산업 생존 달렸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승부수 띄우나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10월 6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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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을 위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조건부 승인을 요청한다는 소식을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6일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 관련 EU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조건부 승인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정부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주도해 진행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통합을 위한 카드로 EU 경쟁당국에 ‘선 통합 후 화물 매각’이라는 조건부 승인을 요청할 전망이다. EU 경쟁당국이 한국과 유럽 간 화물 노선을 독점하게 된다는 지적에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을 승부수로 던졌다는 설명이다. 조건부 승인 추진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주요 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 승인 요건을 만족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온다. 먼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추진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많은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존폐 기로에 섰던 국내 항공 산업의 생존을 위한 재편이라는 의견이다.

여기에 저비용항공사(LCC) 성장이 풀서비스항공사(FSC) 운영에 미친 시장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국내선과 중·단거리 노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형항공사들의 시장 점유율과 수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특히 아시아나의 경우 경영 악화로 입지가 애매해지면서 경쟁에서 도태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장거리 노선 경쟁력도 악화됐다는 평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인천공항 슬롯(Slot, 시간당 운항가능 횟수)을 양분해 허브공항 네트워크 경쟁력이 유실된 것이다. 다른 국가 대형항공사들의 경우 허브공항 슬롯이 최소 50% 이상이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합쳐도 40%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까지 겹친 국내 항공 산업 위기를 타개하고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었다”며 “국내 항공 산업 구조 개편은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으로 이를 통해 위기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 업계 “중복노선·화물노선 국내 업체에 이관… 항공자원 국부 유출 없을 것”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하게 되면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슬롯을 이관하기 때문에 국부가 유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럽과 미주 노선 여객 중복노선에 대한 EU 경쟁당국 시정조치는 국내 LCC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아시아나 화물사업 역시 외국이 아닌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중복노선 및 화물사업이 국내 항공사로 대체되기 때문에 국내 항공시장 전체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 제기된 항공자원 관련 국부 유출 가능성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전해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자원을 나누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국내 LCC 등이 장거리 여객이나 화물사업 등 신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활로를 개척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항공 산업의 균형 잡힌 성장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아시아나 통합은 항공 산업 구조 개편 ‘시작점’
업계에서는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이 산업 구조 개편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점이라고 보고 있다. 항공사는 대규모 고정자산 투자를 기반으로 운수권과 슬롯 등 항공자원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항공사들이 활발하게 합종연횡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 후 노선망과 항공기, 공급 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노선 운영 합리화와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늘어난 슬롯과 스케줄 최적화를 통해 환승 수요 추가 유치와 허브공항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유일 FSC로 항공 산업 성장을 견인한다는 복안이다.

소비자 편익 향상도 꾀한다. 노선이나 여행 일정 선택 폭을 넓히고 연결편 스케줄 개선, 마일리지통합 사용 등으로 여행 편의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아시아나, 올해 상반기 부채 1700%… “독자 생존 어려워”
아시아나의 경우 독자적으로 경영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수 불가 시 국내 항공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공급 증가 및 화물사업 경쟁심화에 따른 실적 악화, 여객사업 경쟁력 저하 등으로 실적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여기에 막대한 차입으로 인한 부채비율 악화로 재무구조개선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1741%까지 오른 상태다. 특히 이자 비용 때문에 영업이익이 나도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1만 여명 규모 임직원 고용 상태도 주목해야 한다.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수·통합이 물거품이 되면 일자리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 언급되는 3자 매각의 경우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성사되더라도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은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항공 산업 규모가 쪼그라들어 제2의 한진해운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나 일본으로 환승 수요를 빼앗기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다른 국가 FSC와 경쟁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 화물사업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한동안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여객기 운항이 증가하면서 경쟁 심화로 항공 화물사업은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이다.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출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귀 중인 상황으로 전체 수익을 화물사업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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