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간 정통 테일러(재단사)로 일하고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슈트 장인 안토니오 리베라노(86)의 철학이다. 그는 이탈리아 유명 원단업체인 바르베이스토 카노니토의 슈트 원단 자문에 응하고 있으며 세계 유명 인사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고객 중 한 명이다. 리베라노와 20년 동안 인연을 이어온 국내 남성복 편집숍 샌프란시스코마켓의 한태민 대표가 옷에 대한 리베라노의 안목과 가르침을 정리해 최근 책 ‘리베라노’(아르키비오·사진)를 출간했다.
리베라노는 여덟 살이던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먹고살기 위해 동네 양복점에서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다. 12세 때 형이 자리 잡고 있던 피렌체로 떠나 20대에 슈트 아틀리에(공방) ‘리베라노 앤드 리베라노’를 세웠다. 캐시미어 니트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유명 의류업체 ‘말로’의 창업자 알프레도 카네사의 권유로 1989년 일본에 진출한 뒤 홍콩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이름을 알렸다.
저자는 리베라노의 슈트엔 ‘꽃의 도시’라 불리는 피렌체의 아름다운 색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한다. 리베라노는 슈트를 만들 때 원단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고객이 주문한 슈트를 언제 입고 싶은지, 어떤 생활 방식을 가졌는지 충분히 대화를 나누며 고객에게 가장 잘 어울릴 원단을 정한다.
정 부회장은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리베라노에서 다섯 벌의 옷을 주문했다면 그 다섯 벌이 좌우대칭과 길이가 다 다르다. 옷을 맞출 때마다 체형이 달라진 걸 알게 된다”며 “리베라노에서 맞춘 여름용 재킷을 입고 베네치아 여행을 갔을 때 현지 택시 기사까지 어디서 구입한 옷이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책에는 리베라노가 다양한 슈트를 제작하는 세세한 과정이 사진과 글로 담겼다. ‘슈트가 하나의 예술품이라면 그 본질은 입는 사람의 삶을 알아가는 소통의 과정’이라는 리베라노의 철학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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