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노인과 바다… 창작 판소리극으로 “얼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젊은 소리꾼들 앞장서 장르 결합
국내외 현대문학 판소리로 공연
“K팝 열풍 겹쳐 국악 관심 늘어”

판소리 ‘레미제라블―구구선 사람들’에서는 젊은 소리꾼 이승희(가운데)와 고수 김홍식(오른쪽)이 합을 맞춘다. 이승희는 화자와 등장인물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끈다. 입과손스튜디오 제공
판소리 ‘레미제라블―구구선 사람들’에서는 젊은 소리꾼 이승희(가운데)와 고수 김홍식(오른쪽)이 합을 맞춘다. 이승희는 화자와 등장인물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끈다. 입과손스튜디오 제공
세련되고 말랑해진 창작 판소리가 연달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1980, 90년대생 젊은 소리꾼들이 앞장서 판소리를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고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진출하며 관객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우선 해외 고전을 재해석한 판소리극이 눈길을 끈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다음 달 8일 개막하는 ‘판소리 레미제라블―구구선 사람들’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재창작한 작품이다. 뮤지컬 ‘아리랑’(2017년)의 차옥비 역으로 관객의 눈도장을 찍었던 소리꾼 이승희(41)가 판을 이끈다. 원작의 시민혁명은 의병 활동으로, 장발장은 장 씨로 등장하는 등 서사와 인물을 한국식으로 바꿨다. 소리꾼과 고수 외에 키보드, 드럼 등 현대 악기가 어우러진다. 인디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로 활동하며 팬층을 다진 소리꾼 이자람(39)도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원작의 창작 판소리극 ‘노인과 바다’(4월21∼22일·아트센터인천)를 공연한다.

국내 현대문학도 적극 활용한다. 창작 판소리극 ‘체공녀 강주룡’(3월 31일∼4월 2일·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은 박서련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평양의 고무공장에서 일하며 독립운동가 겸 노동운동자로 활동한 실존 인물 강주룡(1901∼1931)의 일대기를 그렸다. 정지혜(37), 강나현(29) 등 젊은 소리꾼들이 창작 판소리 28곡을 노래한다.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소리꾼을 찾는 매체도 늘었다.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는 소리꾼 김준수(32)는 국립창극단 동료 단원인 유태평양(31)과 함께 KBS ‘불후의 명곡’을 비롯해 TV 예능 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김준수는 지난해 말 뮤지컬 ‘서편제’에서 뮤지컬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소리꾼 이소연(39)도 뮤지컬 ‘서편제’ ‘아리랑’에서 실력을 뽐냈다.

판소리가 다변화하는 건 우리 문화에 대한 국내외 젊은층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과 관련이 깊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 판소리극 ‘노인과 바다’의 예매자 중 20, 30대의 비율은 54%에 달했다. ‘판소리 레미제라블…’ 역시 30일 기준 20, 30대 예매자의 비중이 50%를 차지한다. ‘판소리 레미제라블…’의 유현진 총괄PD는 “판소리를 단순히 전통음악이 아니라 공연예술 자체로 즐기는 20, 30대 관객이 많아졌다”며 “해외에선 2017년 퓨전 국악 그룹 씽씽밴드가 이름을 알린 것을 시작으로 최근 K팝 열풍이 겹치며 국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준 높은 판소리 콘텐츠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인혜 작창가는 “과거 지상파 방송 클립영상에 그쳤던 판소리 콘텐츠가 최근 3년 사이에 질적,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젊은 관객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젊은층에게 판소리가 고루한 것이 아니라 새롭고 세련된 예술로 인식되면서 창작자들 역시 독창적인 시도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젊은 소리꾼#창작 판소리극#레미제라블#노인과 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