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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영화 ‘다음 소희’, 힘들게 버티는 사람들에 위로됐으면”

입력 2023-02-03 03:00업데이트 2023-02-0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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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고교 실습생 사망 다룬 작품
작년 韓최초 ‘칸’ 비평가주간 폐막작
형사役 배두나 “울까봐 아직 못 봐”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다음 소희를 구해낼 수 있을까.’

2017년 전주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고등학생 실습생이 자살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다음 소희’가 8일 개봉한다. 정주리 감독이 학대받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도희야’(2014년)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로는 처음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던 이 영화는 “충격적이면서도 눈을 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에서 소희(김시은)가 숨진 후 형사 유진(배두나·사진)은 소희 주변 어른 누구도 미안해하거나 자신의 잘못이라고 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며 사건을 추적한다. 배두나는 정 감독과 ‘도희야’에 이어 두 번째로 합을 맞췄다. 전작에서도 배두나는 형사 역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일 만난 배두나는 “영화를 보면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을 것 같아 아직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그는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저 역시도 어릴 때 막연하고 막막하게 몰아붙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그런 것 같다”며 “지금 그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조금 덜 아프고 우리 때보단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들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은 꼭 참여하려 한다”고 했다.

영화는 소희가 땀을 흘리며 가수의 춤을 따라 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희는 곱창을 먹다가 뒷자리 남성들이 친구를 무시하자 대거리를 할 정도로 대찬 여고생이다. 하지만 말간 얼굴로 남자친구와 햄버거를 나눠 먹으며 웃을 땐 영락없는 10대다.

소희가 그토록 원하던 ‘사무직 여직원’이 되면서 지옥이 시작된다. “어렵게 구한 자리”라며 담임 선생이 떠민 대기업 하청 콜센터에서 소희가 맡은 일은 ‘방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해지하려는 고객을 설득해 끊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고객들의 폭언과 성희롱, 회사의 실적 압박, 취업률이 떨어진다며 퇴사를 막는 학교의 굴레 속에서 소희는 점점 빛을 잃어간다. 영혼을 갉아먹힌 대가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최저임금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실습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콜센터 직원은 모두 실습생이다. 탈출구를 찾지 못한 소희는 결국 추운 겨울 저수지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는다.



배두나는 작품에서 가장 분노한 장면으로 교육청 장학사가 유진에게 “적당히 좀 하자”고 말한 부분을 꼽았다. 그는 “감독님이 얘기하고 싶었던 게 어른들의 바로 그 모습”이라면서 “그 장면에서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렸다”고 했다. 배두나는 오늘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수많은 ‘소희’들을 향해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이 버티며 살아가는 게 고맙다. 영화가 그들을 위로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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