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위 선명한 불과 재… 아룬나논차이展 등 볼만한 미술 전시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6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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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현대미술, 여행으로 가볼 만한 국내 각 지역을 담은 회화와 사진,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풀어낸 일러스트….. 이번 주 장르별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볼 만한 전시들이 열린다.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사진 안천호, 국제갤러리 제공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가 열리고 있다. 아룬나논차이는 태국의 역사나 동양의 샤머니즘 등 토속 문화를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해 주목받는 작가다.

드론의 시선으로 신을 비유하거나 귀신을 부르는 의식에서 레이저 조명을 활용하는 등 화려한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영상 작품이 유명하다. 단편 영화 작품으로 2018년 로테르담,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 태국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 등을 고찰한 ‘죽음을 위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구도자를 찾고자 한다면, 잿더미 속에 있을 것이다>, 2022년, 캔버스 위에 잉크젯 프린트, 표백한 데님과 메탈릭 페인트, 아크릴 폴리머. 218.4 x 162.6 cm Thapphawut Parinyapariwat 국제갤러리 제공


이번엔 청바지를 활용한 아룬나논차이의 회화가 전시된다. 작가는 서양 미술에서 흔히 쓰이는 캔버스 대신 청바지를 많이 사용했다. 작가에게 청바지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와 노동의 역사를 의미하는데, 그 데님 천을 하얗게 표백해 바탕으로 쓴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불에 태우는 등 여러 기법을 활용한다. 특히 불은 문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시장 바닥 또한 불에 탄 듯 갈라져 굳은 재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29일까지.

피크닉 ‘국내 여행’ 전 전시 전경. 박대성 <불밝힘굴> 종이에 수묵, 143×273cm, 2009, 경주 솔거미술관 제공. 사진 제공 피크닉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는 ‘국내 여행’전이 열린다. 강요배, 박대성, 유근택 등 국내 화단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제주 오름을 평생 찍은 사진가 김영갑, 전국의 산과 산악인을 기록한 김근원의 사진 작품을 통해 국내 여행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영화감독 김종관, 무대미술가 여신동도 참여했다.

강요배 <쳐라 쳐라> 캔버스에 아크릴 520x194cm 2021 사진 제공 피크닉


박대성의 작품 ‘불 밝힘 굴’로 시작한 전시는 유근택 작가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던 길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기록한 대작 ‘풍경의 속도 - 서울에서 유성까지’로 이어진다. 산을 오르며 기록한 김영일의 영상 ‘평창의 산’, 김근원의 사진 ‘산과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다. 김근원의 사진에서는 일제 강점기 훼손된 한국의 산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후반 시작된 근대등산 문화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1만5000원~1만8000원.

장 줄리앙 ‘그러면, 거기’ 전시 전경. 사진 제공 DDP


현대인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일러스트 작가 장 줄리앙의 ‘그러면, 거기’전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회고전인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의 스케치북 100권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스케치북에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일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기록한 드로잉이 담겼다.

장 줄리앙 ‘그러면, 거기’ 전시 전경. 사진 제공 DDP


줄리앙은 자신이 “비판적인 성격”이라면서도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작품에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온갖 전자 기기의 전선에 얽매인 사람, 사다리처럼 형상화된 월요일(Monday) 글씨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기어오르는 남자 등 언어유희를 가미한 재치가 돋보인다. 색감이 화려하고 포토존이 될만한 대형 벽화가 많아 어린이도 즐길 만한 전시다. 24일까지. 1만3000원~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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