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종로서적 앞에서 만나”가 통하던 시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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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시대/강성호 지음/264쪽·1만8000원·나무연필

1945년 말 정식 등록된 국내 출판사는 45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1948년 말이 되자 792개로 폭증한다. 광복이 출판계에도 해방을 부른 것. 쏟아져 나오는 책을 팔 곳이 부족하자 길거리 좌판이 등장했다. 노점책방 전성시대가 열린 것. 당시 대구에서 노점책방을 연 김원대는 “동아일보 같은 신문 서너 가지를 벌여놨는데 아주 잘 팔렸다. 우리말로 된 출판물은 가져다 놓기 무섭게 팔렸다”고 회고했다.

특정 분야 책을 파는 전문서점의 시초는 일제강점기이던 1923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연 행림서원이다. 한의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간행한 출판사이자 서점으로 ‘향약집성방’ 등 조선시대 의서 복간에 힘쓰는 한편 한의서를 대량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저자는 골목책방을 3년간 운영하기도 한 책·서점 전문가다. “나에게 서점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예찬론을 펼치며 서점 뿌리 찾기에 나선다. 1899년 7월 황성신문에 실린 청일전쟁을 다룬 역사서 ‘중동전기’ 광고를 보면 ‘정두환지전’ 등 ‘지물포’를 뜻하는 지전(紙廛)을 책 판매처로 소개한다. 이는 지물포에서 근대 서점이 태동했음을 보여준다.

1963년 문을 연 뒤 서울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자리매김했던 당시 국내 최대 서점이자 서점문화 혁신의 상징 ‘종로서적’, 1980년대 민주화 물결과 함께 곳곳에서 생겨난 사회과학서점 등 서점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겼다. 전국 곳곳에서 약속 장소로 사랑받던 서점 상당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대, 누구나 갖고 있는 서점에 대한 추억을 오랜만에 소환시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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