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그림의 이면’(을유문화사)엔 낯선 이름의 주인공이 나온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낯설지 않다. 놉펀은 아버지의 친구 아티깐버디와 그의 아내 끼라띠를 돕다 친해진다. 그런데 놉펀은 끼라띠의 아름다운 외모와 치명적인 매력에 반하게 되는데… 놉펀과 끼라띠의 사랑이 시작되면서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태국 작가 씨부라파(1905~1974)가 1938년 발표한 이 작품은 동남아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위험한 사랑을 다뤄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드라마와 영화로 수차례 만들어졌다. 이 작품이 한국에선 을유세계문학전집 122번째 작품으로 처음 소개됐다. 김경민 을유문화사 편집장은 “1959년 시작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동남아시아 문학을 펴낸 건 처음”이라며 “낯선 나라의 작품인 만큼 태국어 전공 교수를 역자로 삼아 원문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주류로 취급됐던 동남아시아 문학이 최근 국내에 속속 출간되고 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서양 문학에 치우친 세계문학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신호다.
인터넷서점 예스24를 운영하는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올 1월부터 ‘동남아시아문학 총서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베트남 작가 도빅투이(47)의 장편소설 ‘영주’는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지도자와 이에 맞서는 민중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인도네시아 작가 함카(1908~1981)의 장편소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은 네덜란드 식민시대 차별받았던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삶을 다뤘다. 태국 작가 아깟담끙 라피팟(1905~1929)의 장편소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은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근대 태국 상류사회의 민낯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조영수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은 “한국 독자들에게 낯선 동남아 문학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부터 출간까지 4년을 투자했다”며 “총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동남아문학을 꾸준히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미얀마 작가 띳사니의 단편소설집 ‘나비’(안녕), 올 2월 출간된 베트남 작가 응우옌녓아인의 청소년 소설 ‘내 이름은 베또’(오십구분북스) 등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국내 연구자들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동남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대중문화와 문학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만큼 상호 문화 교류가 커지는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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