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삼성 손잡은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을 따돌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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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뜻밖의 역사/쳇 하스 지음·송우일 옮김/576쪽·2만2000원·인사이트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가긴 쉽지 않다. 뒤늦게 출발한 사람은 열심히 뛰어도 먼저 출발한 사람이 ‘퍼스트 펭귄’으로서 앞서간다. 상대방 뒤꽁무니만 쳐다보다 지치기 마련이다. 어떻게 후발 주자는 선발 주자를 역전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구글 안드로이드가 애플 전용 OS인 iOS를 따라잡은 과정을 세세히 기록한 경제경영서다. 2010년 안드로이드에 합류한 개발자인 저자는 수십 명의 안드로이드 전현직 직원들을 인터뷰해 안드로이드의 역사를 썼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들마저 “소비자로서 반해 버렸다” “당장 하나 갖고 싶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안드로이드는 iOS에 비해 성능이 떨어졌다. 하드웨어(아이폰)에 소프트웨어(iOS)를 탑재해 함께 파는 애플의 전략에 맞서기 쉽지 않았다.

안드로이드는 타사와의 ‘협력’을 선택했다. 애플의 경쟁사들에 안드로이드를 적극적으로 팔아 iOS와 경쟁을 하자는 것이었다. 가장 눈에 들어온 기업이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와 처음 계약을 맺은 회사는 아니었지만 가장 전력을 다한 회사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전체 스마트폰 OS 중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72%에 달했다. 27%를 차지한 iOS를 훌쩍 뛰어 넘은 것.

“삼성은 스마트폰 사업을 위해 안드로이드에 모든 걸 걸었어요. 스마트폰을 만드는 다른 회사들이 아무런 비용도 쓰지 않을 때 삼성은 안드로이드와의 공동 마케팅에 큰 비용을 지출했습니다.”(안드로이드 사업개발 담당 임원)

책을 읽으며 소프트웨어가 아닌 기업으로서의 안드로이드를 살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디지털일안반사(DSLR) 카메라용 OS를 만들기 위해 2003년 설립된 스타트업 포토팜이 안드로이드로 이름을 바꾼 뒤 스마트폰 OS 사업에 뛰어들고, 2005년 안드로이드가 구글에 인수된 뒤에도 독립성을 유지하며 개발을 지속한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삼성#안드로이드#경제경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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