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서 비오면 뭘 할까… “책 읽는 버스로 오세요”[작은 도서관에 날개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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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공동 캠페인
충북 제천 캠핑장 간 ‘책 읽는 버스’
독서-환경퀴즈 등 풀고 환호… 깊은 밤 달랠 책 빌리며 설레
책 1000여권에 긴 의자도 갖춰… 버스 안에서 편하게 독서 가능
“캠핑장 독서 프로그램 신선”

‘책 읽는 버스’ 안에서 동화책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아이와 부모. 책 읽는 버스 이용자들은 버스 안에 가득 꽂힌 1000여 권의 책 중 어떤 책도 빌려갈 수 있다. 제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책 읽는 버스’ 안에서 동화책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아이와 부모. 책 읽는 버스 이용자들은 버스 안에 가득 꽂힌 1000여 권의 책 중 어떤 책도 빌려갈 수 있다. 제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푸릇푸릇한 산 중턱에 자리한 충북 제천시 스테리움 제천 캠핑장.

한참 동안 비가 내리다 그친 23일 오후, 캠핑장 입구에 자리 잡은 노란색 이동식 도서관 ‘책 읽는 버스’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긴 장마로 야외활동을 즐기지 못했던 이들은 자연 속 캠핑장에서 만난 책 앞에서 쨍하니 해맑아졌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독서 퀴즈를 풀고선 환호했고 깊은 밤을 달래줄 책을 한 권씩 빌려가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만든 ‘책 읽는 버스’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운영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한다. 1987년 설립된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이동식 도서관으로 농어촌을 찾거나 지역 축제 현장을 방문해 책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 대여는 물론이고 구연동화, 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이들이 많이 찾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하루에 수차례 버스 안팎을 소독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 스테리움 제천 캠핑장의 ‘책 읽는 버스’ 앞에서 23일 캠핑장 이용객들이 독서 퀴즈에 참여하고 있다. 제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충북 제천시 스테리움 제천 캠핑장의 ‘책 읽는 버스’ 앞에서 23일 캠핑장 이용객들이 독서 퀴즈에 참여하고 있다. 제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날 ‘책 읽는 버스’를 가장 먼저 찾은 이는 서울에서 온 남승지 씨(31). 동화책 ‘도깨비가 데려간 세 딸’(길벗어린이)을 읽고 책 내용을 바탕으로 낸 퀴즈 4개를 맞혔다. 신이 난 남 씨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와아아아∼” 소리를 질렀다. 남 씨는 퀴즈를 푼 뒤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유교 경전인 ‘논어’ 포켓북을 가져갔다. 남 씨는 “캠핑을 다니다 보면 무료한 때가 있어 책이 한 권 정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책 읽는 버스’ 덕에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책 읽는 버스’를 찾기도 했다. 손권휘 씨(40)는 아내와 함께 28개월 된 아기를 안고 왔다. 부부는 칫솔을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하는지, 된장은 음식물 쓰레기인지 등을 묻는 환경 ○× 퀴즈를 고심하며 풀었다. 그리고 ‘책 읽는 버스’ 안으로 들어가 아기를 위한 동화책을 빌려갔다. ‘책 읽는 버스’에는 책 1000여 권이 비치돼 있고, 긴 의자에 에어컨도 있어 시원하고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다. 손 씨는 “잠들기 전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기 위해 평소 캠핑을 할 때 책을 들고 다닌다”며 “‘책 읽는 버스’에 아이를 위한 책이 많아 고심하며 한 권을 골랐다”고 했다.

김지후 군(15)은 엄마와 함께 ‘책 읽는 버스’에 한달음에 달려왔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 군은 “뭘 할까 고민했는데 오늘 빌리고 내일 반납할 수 있다는 말에 ‘책 읽는 버스’를 찾았다”며 “캠핑장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신선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캠핑장에서 책을 읽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고봉성 스테리움 제천 팀장은 “평소 도시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가족이 모여 함께 책 읽는 시간이 거의 없지 않느냐”며 “비가 쏟아지면 캠핑장에서 할 일이 없을 수 있는데 책 읽는 프로그램을 통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희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사무국장은 “부모님이 텐트를 치거나 요리하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버스에 와 책을 읽고 놀다 간다”며 “한 명이라도 더 책을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책 읽는 버스’는 이곳에서 24일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8일부터 8월 4일까지는 전북 부안군 변산오토캠핑장, 8월 11∼15일은 강원 강릉시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을 찾는다.

제천=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책 읽는 버스#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동식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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