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의 아픈 삶 떠올리며 몸으로 표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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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허난설헌-수월경화’
주역 발탁된 국립발레단 조연재
“추상적 안무 표현 어렵게 느껴져”
서울 예술의전당서 28, 29일 공연

11일 폐막한 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에서 주역 리즈 역을 맡은 조연재. 그는 “영국 안무가 프레더릭 애슈턴의 작품은 첫 도전이었다”며 “연습을 많이 했는데 무대에 한 번만 올라 아쉬웠을 정도”라고 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11일 폐막한 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에서 주역 리즈 역을 맡은 조연재. 그는 “영국 안무가 프레더릭 애슈턴의 작품은 첫 도전이었다”며 “연습을 많이 했는데 무대에 한 번만 올라 아쉬웠을 정도”라고 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5년 전 국립발레단이 초연한 창작 발레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 수석무용수 박슬기와 나란히 비운의 시인 허난설헌 역에 발탁된 드미솔리스트(주연과 군무를 병행하는 무용수)가 있다. 최근 국립발레단 주요 작품에서 연달아 주역으로 발탁된 조연재(27)다.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밝은 역할, 매혹적인 역할, 이별의 상실감을 표현한 역할을 두루 해봤는데 허난설헌이 가장 힘들다”며 “작품이 그녀의 시를 소재로 만든 ‘이미지 발레’라 추상적인 안무가 많은데,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8, 29일 공연하는 ‘허난설헌…’은 국립발레단 단원 강효형(솔리스트)의 안무작으로 조선시대 여성 시인 허난설헌(1563∼1589)의 시 ‘감우(感遇)’와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을 55분짜리 춤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느낀 대로 노래한다’는 뜻의 ‘감우’를 통해 허난설헌이 행복했던 시절을 표현하고, 고통스러웠던 그녀의 말년은 ‘꿈 속 광상산에서 노닐다’는 뜻의 시 ‘몽유광상산’으로 풀어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나인 허난설헌은 천재 시인이었지만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괴로워하다 27세에 요절했다.

“효형 언니는 허난설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허난설헌이 되길 원해요. 자식도 잃고 남편과도 사이가 안 좋은 상황에서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죽은 허난설헌이 얼마나 괴롭고 아픈 삶을 살다 갔을까 머릿속으로 계속 떠올리고 있어요.”

201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조연재는 입단 4년의 짧은 경력에도 수석무용수들과 나란히 주요 작품에서 주연으로 잇따라 발탁돼 활약 중이다. 입단한 해에 ‘호두까기 인형’의 마리 역으로 주역 데뷔를 한 후 ‘해적’의 메도라,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비앙카, ‘주얼스’의 파 드 트루아 역 등 주요 작품의 주역을 연달아 꿰찼다. 11일 폐막한 ‘고집쟁이 딸’에서도 주인공 리즈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고집쟁이 딸’에서 리본을 갖고 파트너와 사랑의 춤을 추는 ‘리본 파드되’가 가장 힘들었어요. 다행히 큰 실수는 안 했는데 나중에 모니터링해 보니 리본 모양이 완벽하진 않았어요. 제게 주어진 공연 회차가 단 한 번뿐이라 더욱 아쉬웠죠.”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를 ‘색깔 없는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색깔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어떤 색깔의 역할이든 제가 맞출 수 있을 거라 기대해 주시는 거죠. 저 역시 무용수로서 그런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000∼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국립발레단#조연재#허난설헌―수월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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