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예술의전당 ‘눈물사건’후… 다시는 엄마 만날 수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피아니스트 리시차 e메일 인터뷰
“조국 우크라이나 ‘록다운’ 이어 어머니 이웃분 전화 받고 다시 눈물
앙코르는 청중과 교감 느끼는 시간… 이번에도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연주 생활 초기부터 자주 한국에서 공연해온 리시차는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지식이 풍부하고도 열정적인 청중이 있다”고 말했다. 오푸스 제공
연주 생활 초기부터 자주 한국에서 공연해온 리시차는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지식이 풍부하고도 열정적인 청중이 있다”고 말했다. 오푸스 제공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48). 지난해 내한 연주를 펼친 극소수의 해외 연주가 중 유독 생생히 기억되는 이름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 3악장을 연주하다 눈물을 흘리며 중단했지만 50분에 달하는 앙코르곡을 쏟아놓으며 ‘폭풍 환호’를 불러왔다. 그가 1년 반 만에 다시 온다. 다음 달 9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쇼팽 스케르초 1∼4번 등을 연주한다. 리시차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해 ‘눈물 사건’에 대한 가슴 아픈 뒷얘기를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지난해 연주에서 50분에 달하는 긴 앙코르를 들려주어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긴 앙코르는 습관인지.

“앙코르는 정규 프로그램에 맞지 않는 곡들을 선보일 기회이고 청중과 특별하고도 흥미로운 교감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특별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베토벤 ‘하머클라비어’ 소나타 연주 중 눈물을 흘리며 연주를 중단했는데….

“그 일 이후 예감이란 걸 믿게 됐다. 당시 중간 휴식시간 중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내 조국 우크라이나가 완전 록다운(이동제한)에 들어간다는 뉴스가 올라왔더라. 끔찍한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흘렀다.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었다. 며칠 뒤 프랑스의 음악축제에서 이 곡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날 저녁 끔찍한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이웃분의 전화였다. 문을 두드려도 엄마가 반응이 없다고. 아, 그랬다…. 언제 다시 하머클라비어 소나타를 연주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이번에 쇼팽 스케르초 네 곡을 연주하는데, 이 곡들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피아니스트 조성진도 다음 달 7일 쇼팽 스케르초 네 곡을 같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지난겨울 피아니스트 요제프 호프만(1876∼1957)의 연주에 매혹됐다. 옛날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 같은 음질이었지만 최신 녹음보다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소리를 나도 내보자고 생각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뒤 쇼팽 시대의 피아노로 쇼팽의 소리를 탐구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얻은 결과를 쇼팽 스케르초에 적용하려 한다.”

―2007년 쇼팽 연습곡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조회되는 피아노 스타’로 등극했다. 유튜브로 기회를 열고 싶은 연주가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튜브는 첫째, 학습 도구다. 옛 연주자들의 녹음처럼 희귀한 자료들을 찾을 수 있다. 둘째, 교육 도구다. 손가락 사용법부터 음악사 강의까지 배울 수 있다. 셋째, 홍보 도구다. 직접 자신의 팬을 찾아나서는 음악가들에게 도움을 준다. 위험은 있다. 나쁜 댓글에 마음이 상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장에 온 다른 팀 팬들이 야유한다고 해서 눈물을 흘리며 떠날 수는 없다. 버텨내면 승리할 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리시차#쇼팽 스케르초 연주#눈물 사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