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흐르는 ‘한강’… 개혁은 순리대로”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5-05 03:00수정 2021-05-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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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신작 ‘공항철도’ 펴내
“집 많아도 한곳서 자니 자랑마라”
부동산 대란 풍자하는 시도 포함
올해 3월 최영미 시인(60·사진)은 공항철도를 타고 가다가 차창 밖 한강을 바라봤다.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물길의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는 열차에서 그는 시를 떠올렸다. ‘눈을 감았다/떠 보니/한강이/거꾸로 흐른다/뒤로 가는 열차에/내가 탔구나.’ 그의 시 ‘공항철도’는 이렇게 나왔다.

최 시인이 12일 7번째 시집 ‘공항철도’(이미)를 펴낸다. 4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시집 이름이기도 한 이 시를 쓴 계기에 대해 그는 “어떤 일을 이루고자 애쓴다고 그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가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현 정치 상황에 비판적인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선 “개혁은 순리를 따르는 게 맞다. (이 시에) 꼭 정치적인 메시지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시 공항철도 앞쪽엔 조선시대 문인 김시습(1435∼1493)이 “최선의 정치란 훌륭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의도적으로 일을 벌이는 게 아니다.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 데서 이뤄진다”고 쓴 문장이 들어 있다. 김시습은 세조가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탈취하자 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킨 생육신 중 한 명. 그는 “쓰고 나서 보니까 시에 뼈가 있었다”고 했다. 최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과 관련해선 “문화에 식견 있는 분이 문화부 장관을 해야 하는데 홍보 전문가에 불과한 사람이 장관이 됐다. 정권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은 시인의 성추문을 처음 세상에 알리며 문화예술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주도했다. 2018년 발표한 시 ‘괴물’에서 고은 시인을 뜻하는 ‘En 선생’의 과거 행동을 문제 삼았고 이 폭로가 미투 운동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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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아무리 커도 자는 방은 하나/침실이 많아도 잘 때는 한 방, 한 침대에서 자지/시골에 우아한 별장이 있고 이 도시 저 도시 옮겨가며 사는 당신/동서남북에 집이 널려 있어도 잘 때는 한 집에서 자지 않나?/그러니 자랑하지 마’(‘Truth’)

그는 부동산 대란을 풍자하는 시도 썼다. 이 시엔 개인적 경험이 담겨 있다. 그는 2019년 10월 원룸에서 투룸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원래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마련한 집이지만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홀로 살게 됐다. 혼자 쓰는 집은 넓지만 그만큼 낯설어 오히려 불면증이 생겼다. 베개를 들고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가며 잠을 청했으나 허사였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집이 넓다고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아파트 값이 오를 때였는데 좀 심하다 싶어 써봤어요.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집이 많고 넓어도 자는 방은 하나예요. 넓은 곳에서 산다고, 많이 가졌다고 자랑할 필요가 없어요. 갖지 못했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고요. 저는 올해 말에 다시 원룸으로 이사할 생각이에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최영미#시인#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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