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뜨거워진 지구에 ‘돔시티’가 생긴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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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대의 사랑/김기창 지음/332쪽·1만4000원·민음사

기후변화 위기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외치는 책도 많다. 그러나 일회용품을 많이 써서 환경이 파괴되면 기후변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서도 종이컵을 쓰는 게 사람의 모습이다. 구호는 마음은 움직일지언정 행동을 바꾸게 만들진 못한다. 어쩌면 그 역할을 소설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해 쓴 10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의 감정이다. “적어도 내게는 잊을 수 없는 날들이 모두 날씨와 연관돼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감정은 기후와 연관이 있기 때문. 날씨가 좋을 때 사람들은 기쁨을 느낀다. 습한 날엔 기분이 나빠질 확률이 높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그 감정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까.

‘하이 피버 프로젝트’에는 돔시티가 나온다. 기후변화로 사람들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뜨겁고 건조해진 시대에 고안된 ‘기후 안전 도시’다. 돔시티 안에선 쾌적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돔시티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돔시티 밖으로 쫓겨난 추방자들은 분노를 느낀다. 돔시티를 전복하려 한다.

기후변화는 계급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굴과 탑’은 해수면이 상승한 세계에서 안전한 피난처를 구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처지를 비교한다. 폭염이 심해질수록 사람들이 난폭해지는 모습을 다룬 ‘지구에 커튼을 쳐줄게’에서 더 분노하는 이들은 가지지 못한 자다. 저자는 기후변화를 통해 윤리적 문제를 건드린다.

책을 덮을 때면 인간의 종말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뜨겁게 달아오른 지구에서 사는 소설 속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니 어느새 오싹한 기분이 든다. 종이컵을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지구#돔시티#환경위기#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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