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만나 가만히 듣는다”… 인터뷰 전문 유튜브 채널의 흥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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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편집없이 10분 안팎 대화
2억 모은 원양어선 항해사부터 한 시대 풍미했던 연예인까지
다양한 직업-진솔한 발언에 인기… 주요채널 누적 조회수 1억회 넘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물상을 차린 30대 여성이 일하면서 겪는 고충과 사회적 편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잼뱅tv’ 캡처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물상을 차린 30대 여성이 일하면서 겪는 고충과 사회적 편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잼뱅tv’ 캡처
일단 누구든 만나라.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구독자’와 ‘조회수’는 따라온다.

유튜브에서 인터뷰 전문 채널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언론매체가 매일 수많은 인터뷰 기사를 쏟아내는 시대, 해당 채널의 인터뷰 대상자는 조금 다르다. 유명하지 않아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람이라도 괜찮다. 원양어선 항해사부터 외국인 노동자, 학교폭력 피해 경험자, 한 시대를 풍미한 뒤 잊혀진 가수까지.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할 거리만 있다면 누구든 인터뷰 대상이 될 수 있다.

‘인터뷰 전문’을 내세운 유튜브 채널들은 주로 10분 안팎의 영상을 올린다. 구성은 극도로 단순하다. 채널 운영자이자 인터뷰 진행자인 한 명과 인터뷰이가 등장한다. 이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 내용이 하단 자막에 나올 뿐 별다른 영상 편집도 없다. 진행자는 그때그때 궁금한 걸 묻고 가만히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게 전부다.

가수 ‘일기예보’ 출신의 ‘나들’(왼쪽)이 가수 활동을 접고 12년동안 간경변증으로 투병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유튜브 ‘근황올림픽’ 캡처
가수 ‘일기예보’ 출신의 ‘나들’(왼쪽)이 가수 활동을 접고 12년동안 간경변증으로 투병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유튜브 ‘근황올림픽’ 캡처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할까 싶은데 해당 채널에 구독자가 몰린다. 최근 2, 3년 새 만들어진 유튜브 채널 ‘까레라이스tv’ ‘직업의 모든 것’ ‘근황올림픽’ ‘잼뱅tv’의 구독자 수는 23일 기준 평균 40만 명에 달한다. 채널별 누적 조회수는 1억 회가 넘으며, 이들이 그동안 만난 인터뷰이만 평균 300명이 넘는다.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타인의 등장과 이들의 편집되지 않은 진솔한 발언에 조회수는 나날이 높아진다.

경북 칠곡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노동자가 한국에 오게 된 계기를 털어놓는 장면. 유튜브‘까레라이스tv’캡처
경북 칠곡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노동자가 한국에 오게 된 계기를 털어놓는 장면. 유튜브‘까레라이스tv’캡처
까레라이스tv는 ‘우리가 몰랐던 그 바닥’을 주제로 다양한 사람의 생활터전을 보여준다. 최근 원양어선 항해사가 등장해 “어선을 타고 22세에 2억 원을 모았다”며 지구 반대편 바다 위에서 경험한 일화를 털어놓자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고생만큼 대가를 받은 것”이라며 호응이 줄을 이었다. 채널 운영자는 “개인사업 시작 전 다양한 이를 만나며 아이디어를 얻고 인생 공부를 하려던 게 시초다. 인터뷰 전까지 어떤 소통과 조율 없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궁금한 걸 묻는다. 구독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말을 듣는 게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직업의 모든 것, 잼뱅tv에서도 직군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이가 등장한다. 정병권 잼뱅tv 운영자는 “누구든 사정이 있다는 철학을 갖고 편견 없이 인터뷰하는 게 목표다. 다듬어지지 않은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근황올림픽은 인생에서 한 번쯤은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가 잊혀진 이들을 만난다. 전직 방송인, 개그맨, 가수 등이 많다. 채널 운영자 박현택 씨는 “출연자가 후회하지 않을 인터뷰를 목표로,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얘기를 해 재미와 감동을 노린다”고 했다.

과거엔 채널 운영자가 인터뷰 대상을 직접 발굴하고 섭외했다. 이제는 구독자가 늘면서 일부 채널의 경우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인터뷰를 자청하기도 한다. 한 채널 운영자는 “상대가 누구든 수행원이나 보좌진 없이 일대일로 인터뷰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대중매체에서 보기 힘든 출연자를 볼 수 있는 게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군가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검증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채널에서 방송이 되진 않았지만 조직폭력배 등 전과자를 인터뷰한 사례가 있는 걸로 알려졌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유튜브#인터뷰 전문#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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