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작가들은 펜만 들면 글이 술술 풀리는 줄 알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마감 시간을 목전에 놓고도 쓰지 못하는 괴로움에 사무친다. 생전 40편이 넘는 작품을 쓴 일본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 요코미쓰 리이치(1898∼1947)도 마감 압박에 시달렸다. 그런데 이런 애타는 감정이 담긴 한 편 한 편 역시 또 하나의 명문이다. 이 책은 글 잘 쓰기로 유명한 일본 저명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를 모았다.
“이건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라며 원고지를 벅벅 찢는 주인공은 다자이 오사무(1909∼1948). 이 책의 첫 장을 여는 그는 소설 ‘사양’과 ‘인간실격’의 저자다. 다자이는 1940년 미야코신문에 연재한 글에서 10장짜리 원고를 쓰느라 나흘 동안 끙끙댄 자신을 그렸다. 결국 술집으로 향한 그는 대작가의 차분함을 흉내 내며 조용히 술을 마시는가 싶더니 취기가 올라 형편없이 망가진다.
일본의 대문호로 꼽히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마저 “글쓰기라는 천벌을 받은 것 같다”며 고통을 토로한다. 마키노 신이치(1896∼1939)는 도무지 써지지 않아 냉수욕을 하고 홧술을 들이켠다. 애초 마감을 지킬 마음이 없거나, 자기혐오에 빠지는 등 작가들의 인품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을 바라보는 편집자도 괴로운 건 매한가지. 원고를 기다리는 편집자는 애간장이 녹는다. 아쿠타가와의 친구 무로 사이세이의 글을 보면 작가와 편집자의 씨름은 실로 살벌하다. 아쿠타가와는 여느 작가들과는 달리 “도저히 쓸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편집자도 물러서지 않는다. “원래 당신 소설은 짧으니 두 장이라도 괜찮은 소설이 된다”고 설득했다. 한참의 입씨름 끝에 다음 호에는 글을 쓰겠다는 확약을 받고서야 편집자는 자리를 떴다.
작가와 편집자의 치열한 샅바싸움의 결실이 바로 우리 주변의 책들이다. 대문호로 평가받는 작가들이 마감을 앞두고 벌이는 기발하고 엉뚱한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마도 우리 역시 저마다의 마감에 쫓기며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인, 주부,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등 모든 직역에는 각자의 마감 시간이 있다. 그래서 이런 책은 모두에게 위안이 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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