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성공담 공감 어려워
불공정한 판 바꾸는 스토리에 열광
타임슬립 성장기 인기 모아

네이버웹툰에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도가도 작가의 ‘상남자’는 전형적인 타임슬립(시간여행) 이야기에 사회초년생 주인공의 성장담을 결합한 구성의 만화다. ‘미생’의 장그래처럼 낯선 상황에 좌충우돌하며 조금씩 삶과 세상의 노하우를 배워나가는 성장기는 아니다.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베테랑 에이스의 경험치’를 오롯이 지닌 채 젊은 시절로 돌아가 후회를 남겼던 선택과 불행한 경험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시원한 대리만족의 청량감으로 일관한다.
오직 자신의 출세만을 추구하며 냉혹하게 질주해온 주인공 한유현은 회사에서 쾌속 승진을 거듭해 40대의 이른 나이로 대기업 사장에 취임한다. 성공의 기쁨을 나눌 가족이나 친구가 자신의 곁에 한 사람도 남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은 그는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젊은 시절로 회귀한다. “나 혼자만의 성공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의 성공을 이루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정한 한유현은 이미 한 번 경험해본 삶의 기억을 밑천 삼아 여러 난관을 능숙하게 해결해 나간다.
지난해 브라질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74)가 트위터에 언급해 화제를 모았던 허니비 작가의 ‘아는 여자애’도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첫사랑과 관계된 불행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타임슬립 웹툰이다. 주인공 하영은 “과거를 바꾸지 말라”는 동행인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최선의 변화를 도모한다. 허니비 작가는 “힘들었던 경험들이 현재의 나를 지탱하는 자산이 된 것을 볼 때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런 고난을 조금은 수월하게 넘길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의 카르텔로 인해 공정한 도전의 기회를 얻지 못한 젊은 독자층이 타임슬립 스토리의 소비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대 교수)는 “성공의 사다리를 잃은 지금의 20대, 30대에게 주인공이 차근차근 성장하는 미생 스토리에 대한 공감을 바라는 건 무리다. 부조리한 판을 통째로 흔들어 뒤집고 싶은 바람이, 경험치를 장착하고 과거로 돌아가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에 대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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